퍼블릭 블록체인의 문제점은 시스템 유지에 큰 돈이 들지만 보상으로는 코인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만약 코인 갯수에 따라 보상이 커진다면 이 시스템은 유지가능하다. 산출량만 꾸준이 늘어나면 증가하는 채굴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
문제는 이 코인의 가치는 갯수가 아니라 외부 시세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이다. 즉, 거래소에서 돈으로 바꾼 액수가 코인의 진짜 가치다. 따라서 코인을 얼마나 산출하게 해주던 결국 누가 얼마에 이 코인을 사주냐에 따라 결정된다.
외환이랑 비슷하다. 아무리 액수가 늘어도 결국 달러 환산가치로 정리되는 것처럼 .
지금까지는 투기 수요에 의해 꾸준히 가격이 올라 충분한 보상이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걸 왜 사?"라는 생각이 퍼지면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시스템까지 붕괴시킨다. 생태계가 활성화된다고해서 코인 가격이 오를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오르지 않으면 생태계는 망한다.
결국 코인 생태계의 이상적인 모습은 그 생태계 안에서 충분히 먹을 게 많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코인이 법화 환산가치와 무관하게 그 생태계 안에서 가치를 가져야한다.
예를들어 보자. A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에서 '알파'라는 돈이 쓰인다. 이 알파를 통해 갑옷도 사고, 검도 사고 레벨도 올리고 재밌다면, 어느날 알파 가격이 1알파당 1만원에서 5천원이 된다고해도 게임을 계속한다. 왜냐, 그냥 환전하지 않고 게임내에서 아이템을 사면되니까.
이처럼 코인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충분한 값어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외부 가격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다. 가치를 바깥의 돈이 아닌 생태계가 끊임없이 제공하면 된다.
아직까진 어떤 생태계에서 코인을 벌고, "팔지 말고 안에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서비스가 많지 않아 보인다. '극초기'에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한계다.
또 예를들어 스팀잇에서는 스팀을 받으면 이를 '스팀파워'로 바꿀 수 있다. 스팀달러는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데, 대신 스팀파워가 높으면 나의 1보팅이 상대에게 주는 코인의 양이 증가한다. 난 일종의 게임에서의 '레벨업'으로 본다.
만약 스팀잇이라는 커뮤니티가 충분히 성숙해 그 안에서 '네임드' 지위 자체가 큰 값어치를 갖는다면, 스팀 가격이 하락한다해도 개의치 않고 스팀파워로 환전하면 그만이다. 전제는 '충분히 매력적인 생태계'여야만 이런 선택을 한다.
암호화폐를 두고 화폐다, 상품권이다, 주식이다 논쟁이 치열하지만 내 생각은 '외환'에 가깝다고 본다. 어느 기준으로 외환이냐면 법화의 관점에서. 한 나라의 화폐를 가진다고해서 청구권을 갖는건 아니지만 결국 그 나라의 경제가 부강해짐에 따라 화폐의 값어치가 오른다. 그 안에서 딱히 먹을 게 없으면 달러기준(=법화)에 따라 요동치게 되고.
만약 이번 비트코인 폭락이 0에 수렴하는 대폭락으로 귀결된다면 결국 자립할만큼 매력적인 블록체인 생태계가 탄생하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거꾸로 충분히 매력적인, 자체보상이 가능한 생태계가 탄생한다면 가격 등락에 무관하게 시스템은 살아남는다.
충분히 좋은 음악유통 블록체인 플랫폼이 있다면, 코인을 벌어서 다른 노래를 듣는다. 비슷한 영화, 책 플랫폼이 생기면 그 자체로 돌아가고 이 생태계의 코인끼리 교환해 블록체인 생태계가 연결되면서 점차 인터넷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
매우 이상적인 얘기다. 요지는 '코인의 가격'이 아니라 매력적인 생태계다.
비트코인 1만불이 붕괴된 날 서울서 열린 대규모 블록체인 컨퍼런스 분위기는 침체되지 않았다. 가격이 본질이 아니란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