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iz's 다이어리]📖
우리 매장의 주 고객층은 젊은 여성, 젊은 부부, 아이엄마다. 고객층이 대부분 20~30대 여성이다. 가끔 아주머니나 50대 이상의 여성분들이 들어오긴 하지만, 할아버님들은 오신 적이 없으시다. 그나마 들어오시는 할아버님들은 모두 다 방문판매인(a.k.a잡상인)이셨다.
그러던 오늘 말쑥하게 차려입으신 한 할아버님께서 커다란 꽃다발 하나를 들고 쭈뼛쭈뼛 들어오셨다.
"어이구.. 이런 곳에 내가 들어와도 되는건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매장이 할아버님께서 들어오시기엔 조금 부담스러우셨나보다. 멋쩍은 미소와 함께 혼잣말을 하시면서 들어오신 할아버님을 보며, 솔직히 꽃을 팔러 들어오신 잡상인이신 줄 알았다.
들어오셔서 진열장을 쭉 둘러보신 할아버님은 젊은 여성이 좋아할만한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셨다. 손님인 건 분명해졌지만, 커다란 꽃다발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 매무새에, 젊은 여성 선물을 찾으시니 나쁜 생각, 안 좋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그래도 손님이니 나쁜 생각은 버리고 요즘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사 가시는 패션후르츠(백향과)와 딸기청을 추천드렸다. 수제청 2개를 꺼내서 드리려는 순간 할아버님께서 "이게 임산부가 먹어도 괜찮은 건가??" 라고 물으셨다.
난 속으로 '웬 임산부..??' 라는 생각을 하다가...스스로 '아차!' 싶었다. 그리고는 내가 여쭤보지도 않았는데 엄청 기분이 좋으신듯한 얼굴로 할아버님은 말을 이어가셨다.
"오늘 아침에 며느리한테 아이가 들어섰다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허허허"
너털 웃음을 지으시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15분정도 계속됐다. 말하시는 내내 할아버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으셨다.
며느리 자랑부터 시작해서 손주녀석은 아들놈보다 며느리를 닮아야 할텐데, 아들 부부가 아이가 안 생겨서 고생했던 이야기 등등. 어쩌다보니 나는 아들 내외분의 집이 어느 동네인지까지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할아버님의 T.M.I를 들으면서 나는 할아버님께서 들어오실 때 나쁜 생각을 했던 것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출산도 아닌, 임신부터 꽃다발을 들고 손수 축하해주시려는 할아버님의 마음과 아들 부부를, 며느리를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그 마음이 너무 따듯하게 다가왔다.
나는 건내드렸던 2개의 수제청을 임산부에게 좀 더 좋은 키위청과 레몬청으로 바꿔서 드렸다. 그리고 할아버님 드시라고 사과말랭이도 서비스로 하나 챙겨드렸다.
할아버님은 매장을 나가시면서도 밝게 웃으시며,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이셨다.
오늘은 그렇게 어느 중년의 손님덕분에 나까지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리고 나도 꼭 저런 멋진 시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근데 그럴러면 자식이 있어야하고,
자식이 있으려면 결혼을 해야하고,
결혼을 하려면 여자친구가 있어야 하는구나.
아, 근데 난 솔로구낭....ㅎㅎㅎ
끝.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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