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한 소설가가 주인공 '파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굉장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파이에게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온 것이다. 그리고 '파이'는 청년시절에 겪었던 바다 조난 이야기에 대해 들려주게 된다.
파이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종교따위는 믿지 않는 이성적인 아버지와 힌두교 신자이면서 감성적인 어머니, 상반된 성격의 부모를 두었다. 어머니에게 힌두교에 대해 배우고, 형과의 장난을 계기로 예수님에게 빠져들게 되었으며, 우연치 않게 이슬람교까지 받아들이게 되었다. 즉, 힌두/크리스찬/이슬람교인이 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파이'는 신과 믿음에 대해 깊은 성찰과 관대함을 익히며 자랄 수 있었다.
청년이 된 파이의 집안은 점점 기울기 시작했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가는 도중 팔고 돈을 챙기려고, 모든 동물을 다 싣고 배에 오르게 된다. 그러던 중 배는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배는 침몰하게 된다. 높은 파도와 심한 폭풍우로 구명보트에 오른 생존자는 '파이' 한 명 뿐. 그리고 4마리의 동물.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뱅갈호랑이 '리차드 파커'.
배 위에서 며칠을 보내던 중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잡아먹게 되고, 뱅갈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그 하이에나를 잡아먹기에 이른다. 이로써 배 위에 남겨진 것은 '파이' 와 호랑이 '리차드 파커' 둘 뿐이다. 그렇게 단 둘이 남겨지게 된 '파이'와 '파커'는 생사를 위해 싸우는 적으로, 혹은 서로 기대 의지하는 친구로서 목숨을 건 표류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2001)'을 편집하고 수정하여 만든 영화로서, 주인공 '파이'가 소설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이다. 감독은 와호장룡 감독으로 유명한 '이안' 감독이 맡았고, 2012년에 개봉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관객수 160만명이라는 조금 아쉬운 성적표를 내었지만, 명작이라는 소문때문에 뒤늦게 어둠의 경로나 IPTV 등으로 관람을 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파이 이야기(2001)' 소설책은 안 읽어보았지만, 대개 평들이 '소설만큼 잘 만든 영화',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라는 평이 많다. 특히 두 눈을 매료시키는 황홀한 영상들은 영화에 풍덩 빠지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만약 영화의 영상미를 중요시 하고, 시끌벅적한 액션보다는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우선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주인공 '파이'는 구조가 된 후, '동물들과의 표류'를 믿지 않는 보험사 직원에게 다른 이야기를 또 해준다. 그 다른 이야기란, 구명보트에는 다른 사람들과 타고 있었고, 죽은 사람과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미끼로 낚시를 하며 생존했다는 극현실주의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파이'는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는 당신의 선택이란 말을 한다. 사실상 열린 결말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파이' 그 자신만 알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는 관객 자신의 몫으로 넘겨진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작자가 '호랑이와의 표류' 이야기를 사실로 밀고 싶었던 것은 아닐 생각해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된 '파이'와 면담을 한 보험사 직원의 보고서에는 이런 코멘트가 적혀있었다.
"Very few castaways can claim to have survived so long at sea, and none in the company of... an adult Bengal tiger."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바다에서 표류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다 큰 벵갈 호랑이와 함께였던 경우는 없었다."
어느정도 벵갈호랑이와 함께 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뉘앙스의 코멘트이다.
이 코멘트는 인터넷 해적판으로 볼 때 "그리고 배 안의 동물들 중 벵갈호랑이는 없었다." 로 엄청난 오역으로 배포되어, '인간 시체를 이용하여 낚시를 하며 생존'이라는 두번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다. ㅠㅠ
둘째, 보험사 직원은 '바나나 뭉치를 타고 구명보트에 도착한 오랑우탄'이야기를 듣고, 바나나는 물에 뜨지 않는다고 거짓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설 원작에서는 이 보험사 직원이 세면대에 바나나를 띄워보고 뜨는 것을 인정한다고 한다.
셋째, 이 영화는 초반에 신, 믿음, 신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정말 신이 돕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을 법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벵갈호랑이와의 표류기를 진실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긴장감'이란 관객을 몰입하게 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긴장감으로 가득찬 영화는 관객을 지치게 만들 뿐이다. 중간중간 긴장감을 해소해주는 부분이 있어야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험난한 자연과의 싸움, 호랑이와의 대치라는 극도의 긴장감을 타이밍 좋게 잘 해소해 준다. 그리고 해소될 타이밍에 보여지는 몽환적인 영상미는 해소를 넘어서 '힐링'마저 된다. 일부를 캡쳐하여 보여드리지만, 동영상으로 직접 보는 것이 백만배는 더 황홀하다.
꼭 고화질 / 대형 모니터로 보시길.
이 영화는 깊은 여운과 열린 결말, 그리고 몽환적인 스토리때문인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와있다. 행동이나 장면에 담겨져있는 종교적인 관점의 해석. 함께 조난되었던 뱅갈호랑이 '파커'는 사실 '파이' 자신이다라는 해석. 배의 천막 안과 밖을 나누어 '파이'의 의식과 무의식으로 보는 심리학적인 해석 등등.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해석보다 그저 영화에서 말하는 이야기에 충실하게 따라가기만 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이것 저것 해석하고자 파고들면 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황홀한 영상미, 그리고 주인공에 마지막에 던지는 그 한마디에만 충실해도 충분히 '라이프 오브 파이'를 즐길 수 있다. 혹시나 너무나 이 영화에 빠져서 깊숙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또 다른 묘미이긴 하다. (나도 그랬다ㅎ)
'파이'와 '파커'를 죽음 직전에서 먹을 것을 통해 살려준 저 섬은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그 장면 때문에 '식인을 통한 생존'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 섬은 힌두교의 '비슈누'라는 신의 모습으로, 죽기 직전의 파이와 파커가 신의 도움을 받듯, 기적처럼 저 섬에 도착한 것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영화 초반에 '비슈누'라는 신은 우주의 바다에 누워 떠다닌다고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난 당신에게 바다에서 일어난 두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