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을 모를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소리치며 깨어났다.
심장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끼며 머리맡에 놓은 폰을 켜서 시간을 본다.
2시 14분
창밖이 웬일인지 밝아 보인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지만 어느새 생각이 내 통제를 벗어났다.
한 동안 내 말을 잘 듣던 내 생각이 저 만치 앞으로 내 달린다.
대체 무슨 꿈을 꾼것인가?
꿈속은 분명하지 않았다.
학생회관 같은 느낌이 드는 넒은 장소
작은 테이블들이 보이고 의자에 몇 사람이 앉아있다.
내 뒤에서 어떤 남자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 같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남자는 내 앞에 와서 자리를 잡는다.
곱슬머리에 더부룩한 수염을 가진 남자
나는 왠지 그 남자가 부담스럽다.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로 하듯이 남자는 나를 아는 척한다.
그리고, 큰소리로 ‘자유, 권리의 쟁취’같은 것들에 대해 말하며
내 생각을 떠본다.
나는 남자의 질문을 애써 외면하며 그저 “반가워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남자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주위를 살핀다.
갑자기 시야가 조금 넓어진다.
주변에 몇 사람의 남녀가 더 있다.
그 남자는 잠깐 자리를 옮겨 사라졌다가 다시 내 앞으로 와서 계속 말을 건다.
부담스럽다.
내면의 작은 부끄러움을 자꾸 자극한다.
그 남자가 갑자기 말을 중단한다.
시야는 더 넓어지고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의 맞은편에 신체가 건장한 남자들이 서있다.
그들 뒤에는 버스처럼 보이는 자동차들이 있다.
주황색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다가온다. 나에게 말을 걸던 그 남자의 멱살을 잡는다.
고압적인 말투로 말한다.
“그만 하고 갑시다”
이제 상황이 분명해 졌다.
젊은 남자들은 아마 공권력을 행사하러 온 ‘경찰’들이다.
갑자기 옆에 있던 한 청년이 뛰어들며 멱살을 쥐고 있는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고 뭐라고 소리친다. 남자가 쓰러진다.
다른 몇 명의 남녀가 앞으로 나서며 강제연행을 비판한다.
맞은편에 있던 남자들이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돌진해온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앞에 서있던 여성들이 비명을 지른다.
억센 남자의 손이 여성의 목을 움켜쥐고 조른다.
남자의 손에 힘줄이 돋고 여성들은 비명을 지른다.
“그만해, 폭력은 쓰지 마라. 안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깨어난 것이다.
너무도 생생한 장면
왜 이제 와서 그런 터무니없는 꿈을 꾼 것일까?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공동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공포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력감과 분노
나는 아직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가슴은 답답하고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내 통제를 벗어나서 멋대로 날뛰는 생각들을 달래며 억지로 잠을 청한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에야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다시 아침이다.
이제는 마음이 평안해 졌고 세상을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본다고 느꼈다.
그런데 무엇이 이렇게 마음속에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을까?
설마
과거의 어느 햇살좋던 봄날에
도서관앞에서 구호를 외치다 끌려간 그 선배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던 그 죄책감이 살아오는 것인가!
죄책감은 이렇게 질기게 살아남는 것인가..
후손들에겐 이런 트라우마는 생기지 않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