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나는 건강한 편이었다.
워낙에 덤벙대고 조심성이 없어서 전봇대를 머리로 들이받아서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살태로 기절한다거나
목욕탕에 뛰어 들어가다 비누를 밟고 뒷통수가 깨져 기절한다거나 공장에서 알바를 하다 선반에 손가락이
찍혀 손가락이 부러진다거나 놀러간 계곡에서 이끼를 밟고 미끄러져 급류에 휩쓸려 갈 뻔한 것 만 빼면
딱히 잔병치레나 아픈적이 없었다.
크게 아픈적이 없어서인지 나는 가끔 감기나 독감에 걸려도 병원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었다.
감기에 걸려 골골대는 친구들을 봐도 이해를 잘 하지 못했다.
가끔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간다는 친구들을 보면 이런 나약한 새끼.
자꾸 그까짓거 가지고 병원에 가니까 바이러스도 널 우습게 아는거아냐!
라며 그 친구를 꾸짖었다.
내 평소 생활습관은 시쳇말로 객사하기 딱 좋은 생활방식이었다.
한겨울에도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닌다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거리낌 없이 먹었다.
실제로 유통기한이 2년지난 소면으로 국수를 만들어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 국수를 같이 먹은 친구는 그날 밤새 복통과 설사로 인해 하룻밤만에 얼굴이 홀쭉해지는 기적의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화장실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나에게 털어 놓았다.
내가 자기를 암살하려 했다며 경찰서에 신고를 한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나는 친구의 배를 꾹 눌러서 제압했다.
그리고 뒷문이 헐은 것 같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친구를 네가 화장실에 있을 때 찍은 동영상을 인문대 대변남이라는 제목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유포하겠다는 대답으로 진정시켰다.
그렇게 나는 인간의 자연치유능력을 믿으면서 살아왔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저거봐라 울버린은 머리에 총을 맞아도
금방 낫지 않느냐 라며 인간의 자연치유능력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이상했다. 머리가 멍하고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지금까지 감기에 걸려도 그냥 기침만 하고 콧물만 좀 나다가 말았던 나였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잠이 덜 꺠서 컨디션이 안좋은 거라고 밥을 먹고 나면 좀 낫겠지라는 생각이
밥을 챙겨 먹었지만 몸상태는 도통 나아지지가 않았다.
이럴떄일수록 좀 더 나를 채찍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러스 따위에게 인류는 굴복하지 않는다는걸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기 위해 나는 찬물로 샤워를 했다.
그러고나니 이제는 서있는게 힘들정도로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빌빌대고 있는데 놀러왔던 친구가 내 상태를 보더니 병원에 가자고 했다.
난 스스로 회복될거라고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친구는 그 전에 송장부터 치우겠다며 날 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내 몸상태를 살피던 의사선생님을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의사선생님이 독감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주사 맞고 링겔좀 맞으면 나을거라고 했다.
난 내 몸에 저런 흉물스러운 쇠바늘을 두 번이나 꼽을 수 없다며 거부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국 친구에 의해 주사실로 끌려들어갔다.
주사를 맞고나서도 내 몸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에 병월을 나서려 했지만
이번에도 친구의 저지에 의해 결국 링겔까지 맞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따뜻한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보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나는 금방 잠이 들었고 나를 흔드는 친구의 손에 의해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나니 거짓말처럼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천근만근 같았던 몸이 깃터처럼 가벼웠고 깨질듯 아프던 두통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참으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현대의학의 위대함에 대해 꺠닫게 되었다.
그 때 부터 난 몸이 아프면 일단 병원을 찾는다.
왜 까진 상처엔 링겔을 놓아주지 않을까 안타까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