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너와 나의 거리
그 한 뼘의 거리에 설레던 때가 있었다.
살짝 스치는 손등에 심장이 쿵쾅거리던 때가 있었다.
때로는 그 한 뼘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워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했다.
내뱉는 숨에 취하고, 향기에 홀리고, 시선에 눈 멀 것 같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너라는 별의 위성이라도 된 것처럼
네 주위를 맴돌 때가 있었다.
어떤 날은 그 한 뼘의 거리가 내 머리와 심장의 사이만큼 가깝다가도
어떤 날은 우주와 우주의 사이의 거리만큼 멀었다.
너와 내가 그 한 뼘 만큼의 거리만큼 가까워졌을 때,
그 시간동안 세상은 온통 아름다웠다.
온통 구름낀 하늘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갸름하게 비어있는 달 조차도.
해는 지고, 하늘은 흐리고, 구름이 희미하게 비치는 달빛마저 가리고 있었지만
나는 눈이부셨다.
흙탕물에 튀어올라 발목을 적시는 빗소리가 달콤한 노랫소리 같았다.
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겐 숨이었고
네 모습이 보였다 지는게 나에겐 하루였다.
너와 내가 다시 한 뼘의 거리만큼 멀어졌을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고 가득 찬 달은 그 어느 때 보다 밝았다.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다.
나는 달도 운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한 뼘 사이의 감정이 가끔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