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스팀 | 일상여행자 2. 인생의 비

naha(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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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습니다. 비가 내리기도 하고 눈보라가 치기도 합니다. 태풍이 불어 모든 걸 날려버리기도 하고, 폭우가 내려 내 삶의 터전을 삼키기도 합니다. 이런 기우는 내가 원해서도 아니요, 내가 잘못해서도 아닙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집이 잠긴 이유는 내가 그 집에 살아서가 아니라 비가 많이 왔기 때문입니다. 비가 많이 온 이유는 내가 태어나서가 아닙니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내게 일어났습니다.

그냥 느리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설마 우리 아이가 자폐겠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는데 확률적으로만 봐도 내게, 우리에게,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힘겹게 시작한 우리였기에 더더욱. 저와 아내는 재혼입니다. 저도 재혼이고 아내도 재혼. 우린 서로 전 배우자에게 큰 상처를 입었고 세상에 버림받아 살다가 만났습니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새출발을 했습니다. 중년이 다 되가는 나이에 새로 시작한 우리는 이제 행복해야 했습니다. 한 번씩 실패했기에 지랄총량의 법칙에 따라 우린 행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굳게 믿었습니다. 설마, 설마...

아이의 복지카드를 받아든 순간 참았던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설마 우리 아이가, 설마 정말 자폐겠어??? 라며 미루고 미루고 미뤘던 현실. 사실이 아니라고 현실이 아니라고 거짓말이라고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현실. 현실은 현실이었습니다. 내게 일어난 일, 우리에게 일어난 일. 이젠 받아들이고 살아나가야 할 일.

사무실 베란다 문을 열고 내리는 비를 찍었습니다. 빗소리가 정겹습니다. 내 마음에 떨어지듯 토독 토도독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마음에 눈물이 번져갑니다. 약을 먹어도 우울해서 새로 처방을 받았습니다. 약의 개수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이겨내야 하는데,,, 이겨낼 자신이 아직 없습니다.

어린이집 한 엄마가 자기 약을 보여줍니다. 하루 세 번 먹는 약이 한 봉투에 다섯 알입니다. 그 약을 보며 '내 약도 저만큼 늘어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 받은 처방의 제 약도 한 알이 늘었습니다. 이제 저도 한 봉투에 네 알입니다. 의사는 치료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치료되는 과정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요즘은 아무 생각도 안 드는 약이 있다면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이런 생각도 안 하고 싶어집니다. 그저 열심히 사는 거지 뭐... 라고 하기엔,,, 제가 강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겨내야죠. 울 예쁜 아들을 위해서 이겨내야죠. 아빠니까요.


여행지 정보
●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3동 디지털로26길 에이스하이엔드타워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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