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91189497002
어제는 2주에 한 번 가는 ㅇㅇ에 다녀왔습니다. 2주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했습니다. 의사는 아니 ㅇㅇ은 자기만 믿으라고 했습니다. 이젠 그다지 믿음이 안 가는데. 병원을 아니 ㅇㅇ을 바꿔볼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건 하나 터트리고 잠적한 ㅇㅇ도 내게 ㅇㅇ을 바꾸라고 조언했습니다.
'오빠, 내가 다 경험해봤잖아. 그거 공황장애 초기증상 맞다니까.'
내 증상을 한참 듣고는, 이미 약을 아니 ㅇ을 몇년째 먹고 있는 ㅇㅇ이가 해준 말입니다. ㅇㅇ이는 내 약을 보더니 '오빠, 나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오빠도 심각하네.'라고 했습니다. '난 이제 하루에 네 번 먹잖아.'라고 하면서요.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치료가 얼마나 걸릴까요? 의사 얼굴이 심각해집니다. ㅇ을 줄이면서 치료를 해나가야 하는데, 잘 아시듯 ㅇ이 계속 늘고 있어요. 최소 내년 3월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5개월이나 더 치료를 해야 하는군요.
스팀잇이 SNS가 아니라고 하니 뭐, 무슨말을 하기도 애매하고, ㅇ 얘기 ㅇㅇ 얘기 하지 말라니까 딱히 할 말도 없습니다. 매일 반복된 일상.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알바 하느라고 잠이 부족할 뿐이지. 잠도 부족한데 뭐 새로운 걸 쓰기도 애매합니다. 하루가 애매하고 삶이 애매합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날거라고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랄 거라고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첫사랑이 유전성 난치병으로 하늘나라로 갈 거라는 걸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이 자폐라고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42년 동안 선택을 반복해서 만들어진 나 입니다. 내가 어쩌다 ㅇㅇ증 ㅇ을 먹게 되었는지,,, 나도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내 아들이 자폐일 거라는 걸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그래선지 요즘 정신에 대한 책들에 손이 갑니다. 이 책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견디는 힘>도 그래서 선택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알바 하느라고 잠 잘 시간도 없는데 왜 책을 읽느냐고? 여기에 내 얘기 쓰지 말라고 해서 쓸거리 찾으려고 읽습니다. 스팀잇은 SNS가 아니니 내 얘기 주절주절 쓰지 말라고 여러 사람이 하도 뭐라고 해서 애 병원비 버느라고 알바까지 뛰느라 졸려 죽겠는데도 책을 집어들고 읽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건 소극적 수용능력입니다.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이상하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능력을 억제하는 능력입니다. 즉, 무능을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능한 능력. 무능해지라고?
제가 읽은 수백권의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하는 것을 이 저자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즉,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적극적 수용능력'은, 문제를 파악하고 그 아래에 깊이 숨어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서 해결 방법을 찾아 처리해버리는 것입니다. 이걸 안 하는 능력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소극적 수용능력'입니다. 이것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무능 아니야?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게 변하지 않고, 엄마 없이 자란 게 변하지 않으며, 이미 하늘나라에 간 첫사랑이 돌아오지도 않고, 이미 자폐로 태어난 애가 보통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소극적 수용능력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소극적 수용능력이 무능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걸 알고 난 후로는 인생을 사는 방법이나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 작가로서의 창작 활동 모두 수월해졌다고 말합니다. 소위 '버티는 힘'이 생긴 것입니다. 소극적 능력은 저력을 발휘하는 대단한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어때요? 이 책 시간 내서 제대로 한 번 읽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