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naha(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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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440226

목사님이 내는 책은 교인만 사보는데, 스님이 내는 책은 전국민이 사봅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가 불교와 더 맞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스님 말고 목사님이 낸 책이 종교분야 말고 일반분야에서 잘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예전에 <긍정의 힘>이라는 책 말고는 잘나간 책이 별로 없어서 아쉽습니다. 기독교적 시선으로도 좋은 말은 많이 나올 수 있는데 말이죠. 그건 아마도 교인들이 예수님 말씀대로 살지 않아서 그런 걸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개독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기독교인 저는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도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있거든요.

책 띠지에 안도현 시인의 추천사가 있습니다.
인도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고전 시가를 번역한 이 시집을 통해서도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의 아릿한 무늬를 읽어낼 수 있다. 단 몇 줄의 언어 조합만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은 놀랍기만 하다.

아~~ 시집이군요. 어쩐지 책표지가 예쁘다 했습니다. 그럼 일어볼까요.

전단향 나무처럼

이웃의 행복을 위해 마음 쓰는 이는
곤경에 처해도 악의를 품지 않는다
부서지면서도 도끼날을 향기롭게 하는
전당향 나무처럼

선인은 나쁜 무리와 섞여도
변함이 없다
뱀들이 휘감아도 독을 품지 않는
전단향 나무처럼

.
전단향 나무가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대단한 의미의 나무인가 봅니다. 저는 시집의 첫 시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첫 시가 그 시집을 대표한다고 봐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시집은 아무래도 잠언 성격의 시집인 것 같습니다. 교훈적인 말을 가득 담은 시집이요. 책표지에 '지혜'라는 말이 적혀 있어서 뭔가 했더니 이런 시집이라는 걸 의미하는 거였군요. 그럼 두 번째 시를 보겠습니다.

나눠준다는 것

나눠줄 줄 알아야
높아진다네
물을 나눠 주는 구름은 드높고
물을 저 혼자 간직하는 웅덩이가
낮은 것처럼

.
하~~ 기가막힌 비유입니다. 같은 물을 머금고 있어도 나눠주는 물이냐 혼자 품고 있는 물이냐에 따라 쓸모있는 물이냐 쓸모없는 물이냐로 불릴 수 있다는 거군요. 구름이 머금은 물은 비로 내려 만물의 생명이 되지만 웅덩이의 물은 지니가다 밟으면 신발이 더러워지는 기분나쁜 물입니다.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할 때 웅덩이의 물이 되고, 가진 사람이 나눠주려고 할 때 구름이 되어 더 높아지는 이치를 노래하는 시라고 생각되네요.

'낮은자의 하나님'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장 낮은 마음을 주님께서 기뻐하신다는 노래입니다. 나는 얼만큼 낮아지고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전혀 낮지 않고 낮아지려고도 안 하는 욕심쟁이는 아닐까...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다고 더 가지려고 하는 욕심쟁이. 아~~ 부끄럽네요.

모든 시를 소개할 순 없고,,, 보면서 마음에 드는 내용만 대략 공유해보겠습니다.

노여움은 / 인간의 첫 번째 적이다 / 제 몸속에 머물면서 자신을 파괴하므로

다른 사람의 심장을 뚫지 않고 /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는 / 시나 화살 /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못난 사람은 / 어려움이 두려워 / 시작조차 않고 / 보통 사람은 / 장애에 부딪치면 / 중간 지점에서 쉽게 포기하지만 / 뛰어난 사람은 / 거듭 고난에 부딪쳐도 / 시작한 일을 버리지 않는다

어리석은 자는 /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다 듣고도 / 나쁜 소리만 마음에 담아둔다

오, 산다는 건 끝없는 고생길


질문.
내가 어리석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