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보기.
4~7단계를 거쳐야만 최종 합격을 받을 수 있는 면접 과정은 한마디로 피를 말린다. 최소 4단계. 길게는 7단계정도. 그 중간에는 과제가 있어서 주말을 반납하고 숙제를 하거나, 며칠 야간작업을 해야 하기도 한다. 과제의 경우 숙제로 집에서 할 수도 있고 면접 도중에 할 수도 있는데 나는 당연히 후자를 선호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서 면접을 보다가 거절 이메일을 받으면 정말 기운이 쭉~~ 빠진다.
다양한 과제들이 있다. 전혀 회사 프러덕과 연결되지 않은 것을 하라고 하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재미가 있어서 할 때도 있지만 역시 딱히 내키지는 않는다. )
또는 회사의 실제 프러덕을 가지고 하라는 경우, 나는 성격이 거지 같아서 이런 경우에는 하지 않고, 면접을 중간에 그만둔다. 그러면서도 왜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견과 전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간략하게 그냥 글로 써서 보내고 끝낸다. 시안 비도 주지 않으면서 공짜로 자신의 회사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후보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별로 사람을 뽑을 의향이 없는 곳으로 괜히 나 혼자 생각한다. 정말 자신의 회사 프러덕에 관한 과제를 주고 싶으면 얼굴을 마주 보는 면접에서 화이트 보드에 직접 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데에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후보자의 주말과 퇴근 후의 시간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실제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프러덕에 관한 숙제를 준다는 건 받는 사람 입장에서 행복하지 않은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또한, 많은 회사가 후보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보기 위해 사람을 뽑지 않는데도 인터뷰를 꾸준히 보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이렇게 많은 단계를 거치는 면접은 쉽게 말하면 간 보기가 아닐까? 내가 살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중 하나 '간 보기'. 내가 일은 잘 할지, 회사와 잘 맞을지, 안 맞을지 등등. 이런 다단계 면접이 너무 피곤하고, 피를 말려서 회사를 옮기는 것이 너무 싫었음에도, 사회성 빵점인 나는 사표를 내고 나왔고, 한국으로 달아났었다.
물론 실력도 없어서 이런 다단계 면접에 많이 떨어진다. 마지막까지 가서 떨어지기도 하고 중간에 떨어지기도 하고... 그들도 내가 사회성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이겠지. 아니면 내 성격이 거지 같다는 것을 아는 것이거나...
잡념이 다시 많아지고, 게으른 나는 이력서를 보내지 않았고, 포트폴리오도 새로 만들지 않았다. 지난 생일날 사람 뽑는다고 광고도 올라오지 않은 작은 회사에 왠지 모르게 끌려서 이력서를 띡~ 하고 보냈었다. 그렇게 보낸 이력서가 사장에게 들어갔고, 연락이 바로 왔다. 역시 작은 회사라서 조금 빨랐다. 전화 면접 생략. 비디오 면접 보는 중에 회사방문 인터뷰 날짜를 잡았고, 나는 한국으로 갔다. 한국에서 돌아온 다음 날, 잠도 못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면접을 봤다. 뭔 이야기를 했는지... 그냥 수다를 떤 거 같은데 면접 보는 그 자리에서 고용하겠다는 오퍼를 받았다. 마치 온갖 잡념이 많은 나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주면 내가 도망이라도 갈 것을 아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이 후다닥 결정이 났다.
아무 계획 없이 사는 나.
그러니까 결국 생각 없이 다니던 회사가 싫어서 사표를 냈고, 한국에 갔고, 계획 따윈 없었다. 정확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다. 이제 엄마 옆에 와서 엄마와 살고 싶다고 했다. 직장도 없이 오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니면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내 인생이 한국보다는 미국에 있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기셨는지, 엄마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돌아오기에는 이제는 너무 늦었다고... 엄마 인생을 보지 말고... 내 인생을 봐야 한다고...
내가 직장을 한국에서 구하면 괜찮을까 싶어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한국에 자리를 알아보았었다. 그러나 역시 내가 받는 건 거절뿐... 시간은 다 되어 다시 미국으로 왔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본 면접에서 합격을 받고, 조금 지나서야 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거절이었을까?
그러면 엄마에게 여기서도 취업 못 했다고, 그냥 한국으로 짐 싸서 가겠다고 말하기가 편하니까... 그러면 엄마도 다른 아픈 생각이 안 하시고, 늦게 낳은 막내딸이 그저 너무 못나서 그런 거로 여기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 (사실 너무 못났으니까...)
나는 당연히 인터뷰 떨어질 줄 알았다. 한국에서 온 바로 다음 날이었고, 정신도 없었고, 영어도 엄청 버벅대고 있었고, 포트폴리오도 옛날 거고...
계획없이 살아서 그런 건가?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인생.
회사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전혀 간 보기 없이 들어온 이 회사는 그동안 했던 일들과 조금 다르고, 그래서 조금 헤매기도 한다. 일단 그동안 다녔던 회사는 마음과 오른쪽 뇌, 왼쪽 뇌를 골고루 쓰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는데... 이 회사는 주로 왼쪽 뇌와 마음을 써야 하고, 그래서 초 집중해야 한다. ( 나 같은 사람이 왼쪽 뇌를 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퇴근해 집에 오면 진이 빠져있다. ( 벌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생겨난 어이없는 실수들도 있다.) 다시 낮 동안 잘 쓰지 않은 오른쪽 뇌와 마음을 스팀잇을 하면서 쓰고 나면 오른쪽, 왼쪽, 마음까지 완전히 에너지가 빠진 채 잠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시작해서 오늘 완전히 방전이라고 여기는 순간 다행히 금요일이다. (벌써 토요일)
내 능력이 안 되니까 잘 할 수는 없다. 그저 처음 본 나를 그 자리에서 믿어준 그들에게 실망은 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오랫동안 포스팅을 못 해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다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 같았는데... 잘 모르겠네요. ^^;; 제가 취업한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계셔서 취업한 이야기 올립니다. 늦게 알려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