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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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xia / Fisterra

산티아고까지 왔는데 묵시아랑 피니스테라를 안 보고 그냥 떠날 수가 없어서 고민을 하던 중에 산티아고에서 민박을 하시는 분의 차에 딱 한자리 남는다고 하여 며칠 전 예약을 했었다.
이렇게 힘들게 이별을 하게 될 줄 알았으면 다른 날로 하는 거였는데...
언제는 이별이 쉬웠던가... 쉬운 이별이 있기는 한 건가?
걸으며 만난 사람들과의 이별만으로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순례자였던 나와의 이별은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 않았던가..

어떻게 묵시아까지 왔는지 기억이 없다. 나는 차 안에서도 계속 눈물이 나왔고... 너무 지쳐서 잠도 들었었다. 내 몸의 피를 다 빼어낸 듯 축 쳐서서 움직임 조차 힘들었고, 그저 자고 싶은 생각에 눈을 감았던 거 같다. 어쩌다가 눈을 뜨면 여전히 비가 오는 밖은 하늘도 바다도 짙은 회색빛 수묵화였고 나는 그런 수묵화 풍경이 더욱 슬펐다.

그렇게 넋이 나간 내가 정신이 든 건 창밖으로 보이는 부산 청년이었다. 어! 저 가방!!! 차는 지나가고... 부산 청년은 카페로 들어가려 하고….. 나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인냥... 어!... 어!...어!... 하는 사이 차는 카페 앞을 휙 지나 멀고 먼 바닷가에 나를 내려놓았다.

묵시아...
영화 The way에서 집시가 아들의 유골을 가지고 까미노를 걷는 주인공에게 묵시아로 가라고 알려준다. 그곳에 남은 유골을 뿌리라고….
왜 피니스테라가 아니고 묵시아였을까? 전설이 있는 성지라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왜? 라는 물음이 떠나지를 않았었다. 묵시아는 야고보 사도가 설교하는 중에 성모 마리아가 배를 타고 나타났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그 바닷가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해변에 성당이 있고, 그 성당 안에는 마리아가 타고 나타난 것을 기념하고자 모형 배를 만들어 벽면에 달아 놓았다. 묵시아에 도착한 뒤에야 왜 묵시아이어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영화는 전설 때문에 넣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다가온 묵시아는 주인공이 유골을 뿌려야 할 장소임에는 분명했다.
마치 나를 위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는 듯한 느낌...
다음에 혹시라도 내가 산티아고에 다시 온다면 그때에는 묵시아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 오는 묵시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너무도 묘해서 한참을 분위기에 취해 걸었다. 마치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걷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순례자의 반가운 인사로 정신이 들었다. 이길을 따라가면 어디로 가냐는 나의 질문에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는 순례자. 정신을 차리고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피니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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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땅끝. 유럽대륙의 끝이라고 해야 할까? 미겔은 피니스테라가 유럽대륙의 땅끝이라고 해서 내가 포르투갈 아니냐고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순례자들에게는 피니스테라가 유럽대륙의 끝이라고... 인정.

피니스테라에서 다... 전부다... 태우고 싶었지만 그냥 가져간 스타카토 엽서만 태웠다.
거대한 대서양 바다는 정말 빠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숨이 멎을 듯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 끝에 빨려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그 대서양 바다를 시간만 허락된다면 계속 오래오래 보며 서 있고 싶었다. 피니스테라에 도착한 뒤에서야 내가 묵시아에서 사진 하나 찍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던 게 사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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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하게도... 많은 순례자들이 묵시아와 피니스테라를 놓고 어디가 더 좋았는지를 꼭 이야기한다. 아마도 두 곳이 다 바다이고 많은 순례자들이 묵시아, 피니스테라까지 걷기 때문인가… 그리고 그들 모두 자기 자신이 더 맘에 들어 하는 곳이 분명 있다는 거다. 그냥 그때 날씨와 그날의 느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피니스테라의 석양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사진으로 보여준 피니스테라의 석양은 그야말로 말을 할 수 없는 석양이었다. 그 석양을 보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나에게는 확실히 묵시아. 그곳이 내 가슴을 더 울린다.
역시 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걸까...
금 빛 산티아고 대성당도 그렇고 이번엔 피니스테라도 그렇고...
그들은 모두 화려하고 아름답고 멋있다. 그 웅장함과 거대함에 감탄과 감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내 가슴에, 내 심장에 파고드는 곳은 작고 소박한 오르테가, 조금은 투박한 듯하지만 진솔함이 느껴지는 곳 묵시아. 무엇인지 모르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온화하고 잔잔한 느낌을 전해 주는 곳. 왠지 나를 위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는 곳. 아마도 내가 너무 힘들게 이별을 하고 도착한 곳이라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너무나 아늑한 느낌의 곳이다.

비가 오락가락…
모든 순례자들과 이별을 마치고, 이제 남은 건 순례자였던 나와의 이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먹먹하다. 더이상 순례자가 아님을 받아들이기가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이제 정말 나의 순례는 이렇게 끝난 걸까?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건가...

그런 사람들이 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그동안 살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과의 이별 속에서 나는 어떤 뒷모습을 남기며 이별을 했을까? 끝을 알 수 있는 이별이 있고, 돌아보니 이별인 줄 몰랐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던 이별도 있었다. 그 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만남이 아름다운 사람보다 헤어짐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둘 다 아름다우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헤어질지 모를 나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매 순간순간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이 욕심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비가 멈추었다.


//* 오늘도 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행복한 11월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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