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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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de compostela
이별 셋. (르단이 & Y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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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를 보낸 뒤 나 혼자 알베르게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Y언니를 마저 배웅해야 한다는 정신 하나를 붙잡고 걸어왔던 거 같다. 알베르게에 도착했을 때 언니는 어느새 짐을 다 싸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걸은 시간이 있는데... K가 인사하고 가려고 기다렸었다는 나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는 언니가 야속하게 느껴진 건 왜였을까…언니는 관심도 없고 묻지도 않는데 그냥 내가 말한다. K는 아주 잘 갔다고…
비가 더 많이 내린다. 잠시 외출했던 르단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르단이의 슬픈 표정을 보니 가슴이 더 아파온다.

비가 오는 산티아고 광장은 눈물바다였다.
K가 던져준 아름다운 글에 먹먹함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이든 다른 순례자들과의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의 연속에 눈물은 계속 흐르고…나는 정말 너무 아팠다. 비까지 내려 나의 슬픔을 더해 주는 듯했고, 그런 산티아고 대성당 앞은 나에게 이별의 장소로 남는다.

르단이는 끝내 엉엉 울기 시작하고, 그 모습이 더 나를 아프게 했다. 이렇게 한명 한명 보내는 이별은 마치 거대한 주사바늘을 내 몸에 꽂고, 피를 쭉쭉 뽑아내는 것 같다. 사람 몸에는 피가 얼마나 될까? 갤런으로 한 번, 두 번, 세 번….
내 몸의 피를 다 빼어내야만 끝날 수 있을 것 같은 순례자들과의 이별...
어차피 뽑을 피라면 그냥 한 번에 다 뽑자 제발…

내가 우는 건지 비가 내 볼에 내리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산티아고 광장…
그런 그곳에서 그나마 나를 정신 차리게 한 건 다름 아닌 Y 언니가 쏟아내는 말들이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도움을 주었을 때 왠지 이용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 그 느낌이 들었던 건 아마도 언니가 버스를 타고 오페두르조까지 달려와 나에게 같이 산티아고에 들어가려고 버스 타고 날라 온 게 아니라고 솔직히 말하며 당당히 도움을 요구했을 때였을까? 그래 나도 알고 있었으면서 나는 언니의 솔직함을 믿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그래도… 설마..” 라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진심을 알 수 없는 상대에게, 어디가 진심인지 모르는 나는 늘 상처를 받는다. 까미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가 보다. 상대가 진심이 전혀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내 진심을 더이상 낭비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현명할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을 때 멈출 수 있다면 내 몸의 피를 더 이상 빼어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언제나 마음은 이성을 꾸욱 누르고, 내 몸의 피는 여전히 빠져나간다. 그래, 내가 슬펐던 건 아마도 옆에서 계속 슬프게 울던 다른 순례자에게 공감이 되어서 그런 것이었다고 핑계라도 대면 안 될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말 속 언니의 계속되는 부탁에 자신만을 챙기는 언니가 너무 야속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끝까지 실망을 안겨주는 언니가 너무 슬퍼서였을까? 무엇이 되었든 감성적인 건지, 바보 같고 한심한 건지 알 수 없는 내가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내 옆 다른 순례자는 여전히 계속 울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내 손톱 밑 가시가 가장 아픈 걸까? 나 역시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운해하는 마음이라니… 지금 헤어지는데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 걸까? 나는 언제까지 언니의 가시를 뽑아줘야 하는 걸까? 큰 가시건 작은 가시건 내 손톱 밑 가시가 아프면 다른 사람 손톱 밑 가시도 아프다. 지금 언니의 말은 결국 내가 가시를 뽑아 줄 “이용가치” 뿐이었다는 건가? 하는 물음 속 답을 찾기도 전에 언니는 내 눈에서 떠나갔다.

그래,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고 필요하지 않은 대답이다. 기대도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그거면 된 거다.

비가 계속 온다.
멍하니 정신 놓고 서 있는 나의 앞에 멈춘 봉고차.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비를 벗고, 피가 다 빠져 축 처진 몸을 겨우 구겨 넣는다.


//* 사진은 프로미스타가는 길의 Y언니 뒷모습 입니다. 프로미스타는 언니와의 사건이 처음 있었던 날이기도 하고요. 나를 찾아 걷는 길_17
글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데 너무 어렵네요. 오늘도 이별이라서 죄송합니다. :) 순례자들과의 이별 편은 여기서 이제 끝입니다. 다행히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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