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3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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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de compostela
이별 둘.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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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K는 배낭을 들고 나에게 터미널까지 배웅해달라고 한다. 그럼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언제나 길 위에서의 인연을 강조한 K와는 이것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물론 K의 표정도 안 좋다. 아쉬움과 슬픔, 쓸쓸함이 어우러진 표정인 걸까? 끝까지 웃으며 잘 가라고 해야지. 다시는 못 볼텐테... 웃으면서 헤어져야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래도 그래야 해!
이런 생각을 하며 K와 함께 터미널로 향한다.

걸어가면서 문득 이 길을 혼자 걸어갔을 한의쌤이 생각났다.
K야...한의쌤은 혼자 터미널까지 어떻게 갔을까…
우린 왜 터미널까지 배웅을 못 했을까...
돌아 가는 마음이 이렇게 힘든데…
누나… 나도 방금 그 생각 했어.
그렇지... 순례를 다 끝내고 터미널로 걸어가는 마음이 너무 슬프고 힘들었을 것 같아...
우리라도 같이 와서 배웅했어야 했는데…
그러게...
.
.
누나 나 보내고 뭐 할 거야?
Y 언니 보내야지...
누나는 누가 배웅해줘?
없지...
앞으로 순례자들과의 이별은 대성당 앞에서 딱 한 번에 끝내는 거로 해야겠어.
이렇게 한명 한명 보내는 거 너무 마음 아파…
.
.
.
누나 빨래해야 하지 않아?
빨래?
응, 난 어제 다 했어. 침낭까지 다 빠느라 누나랑 같이 못 했어. 누나 영국 아줌마랑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저녁에 돌아오면 잊지 말고 빨래나 해.
빨래...그동안 빨래 한 번도 못했구나...
.
.
딱히 할 말은 없었다. 터벅터벅 터미널에 도착했고, K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떼어내듯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슬픈 표정을 남기고 버스 타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제발 많이 아프지 않기를...
나는 K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꽤 오래 서 있었다. 다시는 못 만날 K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K의 모습이 내 눈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또 멍하니 꽤 오래 서 있어야 했다.

갔구나... 정말 다들 이렇게 가는구나.
우리들의 순례는 정말 이렇게 끝난 거구나…

심호흡을 하고 돌아서서 나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날아온 메시지. 전화기를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과 함께 흐르는 눈물...

다 말하지 않아도 다 표현하지 못해도 그 마음을 그 생각을 헤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늘 툴툴거리며 짜증만 내던 K가 이레쎄에서 함께 걸어가자는 나의 말에 아이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던 그때, 그때만이라도 그 마음을 헤아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나가 만들어준 생민트 티가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며 어린 아이처럼 말도 안 되게 좋아할 때... 그때는 왜 몰랐을까…

나에게만 내던 K의 짜증과 툴툴거림은 어쩌면, 나도 아프다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만 듣지 말고 나도, 내 상처도 좀 봐달라고...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거였을까?
어느 날 K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누나! 누나는 왜 누나 이야기는 안 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들어줘?”
“아냐... 나도 가끔 내 이야기 할 때 있었어…”
“나는 누나 이야기도 궁금한데... 길 위에서의 인연은 길 위에서 끝이야! 나는 절대! 아무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거야!"

나는 한 번도 순례자들의 사연을 묻지 않았고, K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나오면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K에게는 한 번쯤 따뜻하게 물어봤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따뜻하게 단 한 번이라도 먼저 물어봐 줬더라면...
아니면... 내가 먼저 내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그랬다면 그 아이는 좀 더 일찍 그 마음의 상처가 위로되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는 자신에게 나와 함께 걷는 길이 제일 편하고, 배움이 있어서 감사하고 좋았다는 그 아이 마음을 조금 더 일찍 헤아렸다면, K의 까미노는 조금 더 일찍 그리고 조금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그 넓은 터미널에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 미안함과 속상함을 끌어안고 헤어짐에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렇게 슬프게 울지 않았어도 되었을까?

K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K만의 산티아고” 감상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정말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진심이 가득 담긴 순수한 마음의 글들...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이때부터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잃었던 거 같다...


//* 사진은 아스트로가 들어갈때 K의 뒷 모습 입니다. 산티아고에서는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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