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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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edruzo to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날 (하)

K를 쫓아가 발걸음을 맞춘다. 이 길을 걸으며 우리는 매일 뒤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싶어서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는 일출을 받아 라일락색으로 가득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매번 또 그렇게 감동을 하며 앞의 달과, 뒤의 해를 번갈아 보며 걷기에 바빴다.
뒤를 자꾸 돌아본 나는 아름다운 일출에 미련이 많았나 보다. 어디 미련이 일출에만 있었을까...
어느 날 K는 붉게 물든 일출의 아름다운 하늘이 앞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면 뒤를 안 보고 앞의 아름다운 하늘만 보고 걸으면 되니 편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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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늘은 K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K와 나는 마치 투명한 돔에서 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사방이 다 붉다. K는 자기 소원이 이루어진 거라고 감탄에 감탄하고, 나는 K의 그런 모습이 참 새로웠다. 보통 내가 야단법석을 떨고 K는 그냥 무덤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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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이런 황홀한 하늘이 마지막 날 펼쳐진 것에 기쁨과 감동을 나누며, 걷는 중간중간 소통을 했던 많은 순례자와도 인사를 나누면서 우린 행복하게 산티아고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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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먼저 나와서 기다리는 한의쌤. 꺅! 나는 순간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와락!! 끌어안을 뻔했다가 순간 멈칫!! 산토도밍고에서 나의 격한 반가움의 표현에 적지 않게 당황하던 H 언니를 떠올리며 ‘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을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한다.

모두 모여 사진을 찍은 뒤, 알베르게 예약을 못한 K와 나는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저 멀리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겨우 빈 침대를 찾을 수 있었고, 혼자 알베르게 찾느라 고생인 르단이에게도 내가 묵는 곳에 자리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다른 곳으로 예약을 했던 Y 언니는 뒤이어 내가 묵는 알베르게로 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의외로 나에겐 아주 덤덤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것보다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이 얼마나 더 소중하고 아름다웠는지 까미노는 여러 면에서 보여 주었고 나는 아주 충분히 배웠다.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통해서, 형언할 수 없는 경치를 통해서, 그리고 나와의 대화와 명상을 통해서, 또...중간 중간 쉬는 마을에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지역 사람들을 통해서…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서 주인공은 오세브레이로에서 검의 비밀을 알고 검을 찾고는, 오세브레이로에서 순례를 그만두었던 부분이 책을 읽으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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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영화 The way에서는 주인공이 이곳을 꽤 감동 스럽게 보여줬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저 뒤에 서 있던 키 작은 나는 항로 미사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런데도 나는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가시 심장이 제대로 살아 나로 돌아온 것에 대한 감격일 수도 있고....글쎄...아마도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이 길을 다 걸은 지금, 천주교 신자가 아닌 나에게 가장 감동의 성당은 역시 오르테가... 다른 성당에 비해 엄청 작고 허름했지만, 가슴이 울렁이던 곳... 여전히 한마디 말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진심이 느껴졌던 편안하고 따뜻하면서도 아주 강렬했던 곳 오르테가. 철저한 천주교 신자인 K도 나와 같은 말을 한다. 오르테가가 제일 감동이었고 그래서 마음에 많이 남는다고…

대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고 나와 K는 툴툴댄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며칠이라도 같이 걸었던 순례자들과의 한 끼 식사이지 회장님과의 회사 회식이 아니었다. Y언니는 그 많은 인파에 밀려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도 없었고...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를 앞에 놓고도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뚱한 C. 그리고 여전히 그녀의 눈치를 살피느라 불편해하는 S. 그런 식탁 앞에 흐르는 불편함이 싫어서 짜증을 내는 K. 다들 일관성 있어서 좋다. 한의쌤과는 오늘이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뭔가에 쫓기는 저녁을 먹어야 했음이 화가나 툴툴거리는 K의 불만이 사라지길 바라며 알베르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와인바에 들어가 한의쌤에게 문자를 보내는 K와 나.

‘길에서 만난 인연은 길에서 끝' 이라서 절대 자신의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던 K.
그냥 조금 아팠던 이야기는 했어도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던 K는 갑자기 아무도 묻지 않은 이야기를 대뜸 꺼낸다. 너무도 덤덤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K의 이야기.

아………….
그랬구나... 그거였구나. 나는 K에게 깊게 뿌리 내린 화가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그 한 부분을 보게 되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한 이 시점에서...
그 순간 발카라체가는 길에 K를 혼자 보낸 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때 그 라면집 앞에서 나와 헤어질 때의 서운해하던 K의 얼굴이 겹쳐진다. 아... 내가 그때 이 아이를 혼자 보내지 않았으면 K는 좀 더 일찍 나에게 저 무거운 마음을 보여줬을까? 그러면 K의 마음이 조금 일찍 가벼웠을까?

K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나에게는 살아 계시기만 해도 너무너무 감사하고 좋겠는데...
같은 길을 걸었어도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같게 느낄 수 없는데 하물며 겪어보지도 못한 K의 아픔을 내가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듣는다.

와인이 다 비워질 때까지...K의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한의쌤은 오시지 않았고, 우리는 와인바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야 그곳을 나왔다. K의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편안해졌기를 바라며 돌아온 알베르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잠도 오지 않는 밤이다.


//* 혼돈을 드린것 같아서 글을 지웠습니다. ^^ 아직 끝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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