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asmestas to O cebreiro
1310m 높이의 오세브레이 올라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고 높은 곳이라 그런지 비도 내렸다. 피레네 산맥 만큼의 비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내리는 비에 길은 힘들었다. 몰리나세까에서 소리친 아저씨 사건으로 급하게 가방을 챙겨 나오느라 미쳐 두꺼운 옷을 챙겨오지 못한 탓에 난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떨며 걸었다. 날이 추운 것인지 내 마음이 추운 것인지 추웠다.
쉬지 않고 걸어서 그런가...O cebreiro에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비는 더 내리기 시작한다. S는 버스로 움직이는 C양을 쫓아 서둘러 다음 마을로 향했다. S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 마음의 돌덩이가 사라진 느낌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걸 느낀다. 아무리 마음을 닫고 소통을 멈추었다 해도 S의 부정적 시각에 마음이 슬프고, 불편한 거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비는 계속 내리고, 나는 비를 맞고, 문도 열지 않은 알베르게 앞에서 덜덜 떨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너무 추워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때 나타난 한국인 젊은 청년. 갑자기 가방을 열고 뭔가를 열심히 찾더니 가방에서 옷을 꺼내 나에게 건네준다. 너무 추워서 염치고 뭐고 없이 착한 청년의 옷을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덥석 받아 입었다. 조금 지나니 몸의 떨림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때를 맞추어 알베르게도 문을 열고, 침대를 배정 받은뒤 짐을 놓고, 옷을 빌려준 청년과 빨래를 모아 같이 세탁기에 넣은뒤, 난 마을을 보러 나가기전 글을 쓰며 먼저 내 감정들을 적었다. 오세브레이를 둘러 보기 전에 써야 할 거 같았다. 한참이 지나 밖을 보니 비가 멈춘 듯하다. 여기 알베르게에는 창문이 참 예쁘게 나 있다. 그 예쁜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벌써 파랗다. 해가 나온 모양이다. 당장 나가봐야 할 거 같아 침대에서 뛰어 내려왔다.
해가 구름 속을 헤치고 나와 따뜻한 빛을 보내 준다. 젖은 마음을 말리듯 따뜻한 햇볕 속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멍때리기. 조금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는 마을...세상에 이렇게 예쁜 마을이 있단 말인가?
한의쌤이 왜 O cebreiro에 대해 쉬지 않고 말씀하셨는지 이제 알 수 있겠다. 비가 오지 않고 해가 반짝반짝 할 때 이곳은 텔레토비 마을이 되는 거 같다. 난 이곳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순례길에 있는 텔레토비 마을.
일단 옷을 빌려준 청년에게 감사함을 전할 쿠키를 사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다시 쏟아지는 비… 비를 피해 Bar에 들어가 와인을 마시고 있으려니 어느덧 Bar에는 비를 피하려고 온 순례자들로 꽉 찬다. 옆에 서 있던 순례자가 지도를 보고 있다. 순간 나는 도대체 내가 얼마나 되는 높이의 길을 걸어 온것인가 궁금해 좀 보여 달라고 하니 책을 주면서 사진을 찍으라고 알려 준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도 사진 찍고, 지도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거 같다.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노란 화살표와 조가비만 따라 걸었을 뿐. 알베르게 정보는 한의쌤이 보내 주고 있었으니까 난 화살표만 보고 찾아가기만 하면 되었던 거 같다.) 대충 지도를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모두 오세브레이로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하루 더 머문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두고 바로 간다는 것이 아주 아쉽기는 하다.
성당에서 미사가 있다고 해서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성당으로 향한다. 산티아고 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알고 있다. 오세브레이로의 기적이 전해져 오는 성당.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독실한 소작농이 미사를 보기위해 엄청난 눈과 비바람을 뚫고 미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눈보라 날씨에 미사에 참석한 사람은 그 가난한 소작농뿐이었고, 오만한 사제는 거만하게 빵과 포도주를 소작농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 순간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와 살로 변했다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 그리고 그 성반과 성배가 아직 이곳에 보존되어 있다. 후에 이사벨 여왕이 성배를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는데 성배를 옮길 말이 이곳에서 움직이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곳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에서 주인공은 이곳 오세브레이로에서 자신의 검의 비밀을 발견하고 검을 찾은 곳이기도 하다.
미사를 보고 나오니 안개비가 내리고 안개가 마을을 덮고 있다. 안개에 둘러싸인 마을은 마치 마법사들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하고 착각할 정도로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텔레토비 마을에서 마법사 마을로 변한듯, 금방이라도 헤리포터의 헤리와 친구들이 나타나 말을 걸 것 같다. 낮 동안의 마법이 풀리고, 마법사들이 새로운 주문을 걸 것 같은 신비로움. 몽환적인 묘한 느낌이 감돈다. 종일 이렇게 이곳에서 돌아 다녀도 너무 행복할 듯하다.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르단이가 있다. 잠시 앉아 이야기 하고 다시 혼자 밖으로 나왔다. 어둠속의 오세브레이로를 보기 위해서다. 시원한 밤 공기 속 동그란 지붕과 돌길을 비추는 오렌지색 불빛들이 밤 안개 사이사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 같아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어 가까이 다가간다. 불빛에 홀린 듯 숨을 죽이고 조용히 걷는 골목 길...동화마을 같은 이곳. . 다시 오게 될까? 할 수만 있다면 내 온몸의 세포들에게 이곳의 느낌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언제든지 이곳이 그리우면 나의 온몸과 마음의 기억이 되살아나 나를 이곳에 데려와 줬으면 하고 바라본다. 이곳은 너무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