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Jean Pied de Port(France) - Roncesvalles(Spain)
처음 자보는 이층 침대는 내가 움직일때마다 삐걱 삐걱 소리를 내었다. 시차 때문이었을까..
2시에 눈을 뜨고는 다시 잠들지를 못했다. 괜히 나 때문에 다른 순례자들이 잠이 깰까봐 조심 했지만 소용이 없었나 보다. 안젤로가 내가 일어난 시간을 대충 아는 것을 보면…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순례자들이 모두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갈 길을 챙긴다.. 하나 둘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서는 밖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둡다. 모두들 출발을 하는데, 스페인 국적 영국에서 온 미겔은 헤드랜턴이 없어서 출발을 못한다고 해가 뜰떄까지 기다릴꺼라고 말을 한다. 그렇게 멀뚱히 서 있는 모습에 난 혹시 몰라서 가져온 작은 열쇠고리를 미겔에게 주었다. 열쇠고리인데.. 누르면 불이 들어 오는.. 오래 누르면 손이 아픈데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작은 열쇠고리 하나게 굉장히 고마워 하는 미겔..
아침 식사중 한국인 두명을 만났다. 시범 삼아 조금 걸어 보신 다는 아저씨와 부산 청년. 아버지와 아들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저씨는 팜플로냐까지만 걷고 한국으로 가신다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아저씨는 먼저 가신다며 일찍 출발을 하시고, 부산 청년은 나와 함께 이태리 팀과 길을 나섰다. 깜깜한 길을 밝히며 걷는 순례자들… 또각 또각 순례자 들의 등산 스틱 소리가 고요한 골목길을 깨운다.
이렇게 나의 육체의 고통을 알리는 첫 발걸음이 시작이 되었다.
800KM를 걸으러 간다는 내 말을 들은 친구는 놀람과 이해 불가의 표정을 하고 말한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친구: 지금 너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거지?
나: 응 알아. 친구: 그런데 왜!!! 왜!!! 너 자신을 고문하려고 하는 거야!!! 그룹으로 가니?
나: 아니 나 혼자....
친구:@@ 너는 미쳤음이 분명해!!!! 넌 미쳐서 한달 넘게 걷고 와서는 한달 동안 잠을 자야 할꺼야!!!
글쎄.... 난 왜 이 길을 와서 이렇게 내 몸을 고문(?) 하고 있을까...ㅎㅎ
다행히도 새로 산 등산화는 길이 아주 잘 들었는지 교통 사고후 조금만 이상해도 자주 삐끗 삐끗 하는 내 발목을 아주 잘 잡아 주고 있다.
처음 사용해 보는 등산 스틱도 어찌나 도움이 많이 되는지 감사할 뿐이다.
산을 꽤 좋아했다. 한국에 있을땐 자주는 아니어도 등산을 꽤 다녔다.
그래도 그땐 젊었고(?) 등산을 안 한지는 15년이 훨씬 넘어 20년 가까이 되고 그동안,
내 몸의 뼈는 80할머니 보다도 못한 몸이 되어 있으니…
그 옛날 20대 청춘에 샌달을 신고 올라야 했던 지리산 노고단의 고통을 내 몸은 기억하지 못 하는 듯 하다.
피레네 산맥은 힘든 만큼 아름다운 경치로 나의 힘겨움을 달래 주었다. 그 아름다움을 담을 카메라가 없음이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사진찍을 여력도 없는게 함정 이라고 해야 할까?
수많은 양떼가 좀 지루 할 때 쯤 갑자기 지나는 길에 튀어 나온 돼지 3형제. 아 정말이지 돼지가 그렇게 귀여운 동물이었던가… 갑자기 튀어 나온 돼지3형제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깔깔거리다 보니 이젠 비가 온다.. 비 만 오면 괜찮은데.. 바람까지 강하게 분다. 모두들 가방에서 판초우를 꺼내 입느라 바쁘다.
나도 얼른 판초우를 꺼내 본다. 아.. 이거 어디지…
머리가 어디로 나와야 하지…. 왜 안나오지…. @@
그때 부산 청년 머리 나와야 하는 곳을 찾아 집어준다. 아…
“누나… 저도 좀 도와 주세요.. “
그렇게 판초우를 덮어 쓰고 걷다보니 저어기 멀리서 파란색 또 저 만큼 지나 빨간색이 펄럭 펄럭~~
다들 머리를 판초우 밖으로 못 뺴어 내고 있다.
아... 비바람 치는 날 판초우 절대 혼자 입을 수 없다..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을 정도다..
웃음을 참으며 얼른 가서 도와준다.. 고맙다고 서로 인사하고 또 다음 사람 도와주고…
그렇게 순례자 들과 한바탕 크게 웃고 다시 또 걷는 피레네 산맥..
산이 높아 질 수록 비바람은 강해졌다. 마치 바늘이 내 얼굴을 찌르는 것처럼 얼굴이 심하게 아팠다.
폴짝 뛰기라도 하면 바람을 타고 날아 갈듯이 심하게 흔들렸고, 그 강한 비바람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 … 이러다 조난 될 수도 있겠구나. 그래 역시 The way 영화가 거짓이 아니야 … True Story 라는 건 알았지만 정말 몸으로 피레네의 비바람을 맞아 보니 더 실감이 난다. 자갈과 바위 길을 한발 한발 조심히 내 딛는다. 뒤에 쫒아 오는 부산 청년이 듬직하게 느껴진다.
끝도 없이 길고 긴 피레네의 내리막길은 악! 소리가 나올정도로 경사가 심했다. 너무 무서워서 정말 살금 살금 기어서 내려 온거 같다.
그렇게 날아갈 듯한 강한 비바람을 뚫고 별다른 국경 표시도 없이 국경을 넘어 지금 여긴 스페인 론세스바예스 수도원.
나이가 좀 있는 마그리타는 피레네에서부터 뒤쳐지기 시작해서 결국 피레네를 넘어 오지 못했다.
다행히도 안젤로가 마그리타와 함께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게이타노와 패트리시아, 부산 청년 그리고 나 이렇게 함께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지친 몸을 쉬게 한다. 난 계속 안젤로와 마그리타가 걱정이 되는데… 순례길이잖아..
다시 또 보게 될꺼야.. 라고 조용히 위로해 본다.
(강한 비바람으로 이날 저녁부터 피레네산맥 순례길은 만 이틀 동안 순례자들의 통행이 금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