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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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Juan de Ortega to Bur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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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유난히도 아름다운 날. H 언니와 작은 카페에 들러 espresso를 마신다. 카페에서 방금 구워져 나온 빵 냄새가 행복하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른 아침 이 시간이 너무 아름다워 매일 매일 여명의 시간이면 가슴이 벅차다. 너무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다. 이 길에 있음이 너무 너무 감사하다. 까미노에서 난 작은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감사다. 전에는 잘 하지 않던 감사가 이곳에서는 저절로 매일 나오게 된다는 거. 그 감사가 무척 거창한 뭐 이런 감사가 아니라.. 아주 작은 것에서 저절로 감사가 나오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힘들게 걸어 들어간 알베르게에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올 때. 아 이땐 정말 감동. 감동,어쩌다가 1층 침대를 쓰게 될때, 원 없이 맘껏 웃을 때, 서로 이야기 하며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행복 할때…
오늘 같은 날 아침. 에소프레소가 풍성한 거품을 안고 내 앞에 있을때~ 뭐 까미노길을 걷는 다는 것 자체가 일단 감사하다… 내가 다시 세상에 나가서도 이런 감사가 내 일상에 살아 있기를 소망하는 아침이다.
일 하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일까? 나는 유난히 이 길을 즐기고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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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gos가는 길은 참 멀고도 멀었던 것 같다. 역시나 도시로 들어가는 길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H언니는 힘들다고 중간에 버스를 타고 가고, 난 혼자 끝까지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인원이 많아서 숙소에 못 들어갈 뻔했다.

브르고스 아... 일이 많았던 하루다. 버스를 타고 미리 도착해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H언니는 기다림에 지쳐서인지 몹시 날까로 왔고… 난 그런 언니 놔두고 일단 씻고 빨래도 해야 했고.. 서두른다고 했는데... 기다림에 지친 언니는 결국 짜증을 내고…, 그렇게 짜증 내는 언니를 달래어 언니가 새벽에 타고 가야 할 버스를 어디에서 타는지 확인을 하러 갔다 오는 길에, 밥을 먹을 곳을 찾다가 다른 일행과 있는 미겔을 우연히 만났다.
너무 반가워하는 미겔, 그날 미겔은 나에게 캐나다에서 온 젊은 그룹이 있는데 그 순례자들을 만나면 꼭 그들과 같이 가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꼭 그들과 같이 가라고 강조 아닌 강조를 하였고, 그리고 나에게 H언니를 적당한 선에서 잘라야 한다고 충고를 하였다. 그의 충고를 듣고 나는 조금 놀라고, 미겔은 H언니에 대해 단 한 개도 모르지만.. 그는 로그로뇨 들어가기 전 부터 쭉 언니를 보아 왔고, 로그로뇨 들어가는 날 언니가 나를 생각보다 많이 의지하고 있음을 벌써 알았던 것 같다. 난 미겔에게 너의 충고 고맙지만 언니는 오늘이 순례 마지막 날이라고 알려 주었다. 미겔과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뒤로하고 언니에게 돌아온다.

나를 기다리던 언니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언니 화를 풀어 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언니와의 마지막 만찬. 밥 먹는 내내 불편.. 왜 였을까? 오래 기다려서 였을까? 왜 우린 우리의 마지막 식사를 이렇게 불편하게 해야 했을까? 산티아고 가서 맛있는거 사 먹고 편히 쉬라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왜 우린 이렇게 밖에 헤어질 수 없는가? 하는 생각에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불편한 느낌을 가져야 하는지 속상함이 내 마음을 울린다. 속상하다. 속상해.

오전 어느 시점부터.. 아니 어제밤부터…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의 말들.. 밥을 먹으며 언니에게 들은 좋지 않은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가운데 언니는 냉랭함을 넘어 화를 낸다. 왜? 화를 낼까? 왜 화를 내느냐고 물어도 화내는 거 아니라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언니의 모습이 갑자기 너무 낯설었고, 화를 내는 모습은 살짝 무섭기도 하여 난 언니를 조용히 놔두었다.

모지...이 시츄레이션은…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데 왜 우린 이렇게 불편해야 하는 건가...왜...

그래 어쩌면.. 언니가 원래 처음부터 이렇게 부정적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냥 언니는 원래 그런 사람인거다.하고 그냥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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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밥이 코로 들어 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S군과 C양이 와서 라면을 시킨다. 아~ 우린 왜 이걸 몰랐지? 라면 이라니.. 냄새만 맡았다. 그 식당에서 였다. K군이 새로운 순례자분 한의쌤 그리고 그분 친구를 데리고 왔다.

날이 조금 어두워져서 언니와 다시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터미널로 향한다. 나는 심각한 길치다. 길치들은 길을 찾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초 긴장을 해야 한다. 공황 상태도 잘 빠지기 때문에 남들 보다 더 많이 긴장을 하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난 내가 길치이기에.. 내 옆의 누군가가 같이 가다가 길을 잃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수가 없다.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예전엔 3달이나 살던 집도 못 찾았던 적도 있다. 내가 미국으로 대학원을 올때 내 친구들 모두 내가 집을 못 찾아서 학교에서 살아야 할꺼라고 입을 모아 말했었다.

새벽 4시 차를 타야 하는 언니는 며칠 전부터 그 시간에 어떻게 가냐고 걱정을 꽤 많이 했었다. 결국, 내가 새벽에 데려다 주는 걸로 Belorado에서 부터 약속을 했는데.. 12시면 숙소 문이 잠기고 그 이후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 올 수가 없다.
오늘 마음이 바뀐 언니는 다시 들어 올 수 있다 해도 싫다고 혼자 갈꺼라 했고, 새벽에 나갈 언니를 위해 우린 터미널을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하며 위치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달이 유난히도 밝은 브르고스에서 어느새 합석한 S군과 성당 앞 벤치에 앉아 듣는 H 언니의 문학사랑이야기.
어니스트 헤밍웨이... (돌아오면 그의 작품을 다시 읽으려 했는데... 아직도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밤 새로 알게된 한의쌤과 친구분 또 우리 일행, 꽤 많은 인원이 전부 넓은 부엌에 모여 와인 한잔씩을 했다. 르단이도 우리 팀에 끼어 웃음을 더 했다. 한의쌤은 와인을 따느라 엄청 고생 하셨고, 우린 한의쌤의 고생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와인을 오픈 할 수 있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일 많았던 브르고스에서의 하루가 저물고…나는 여전히 나에게 화를 내는 H 언니가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