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동그라미 1 - 빈 공간(2)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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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였다. 봄날 닭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칠판에 적힌 문제를 푸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우리들의 지루했던 수학 시간 (yurizard@yurizard님 죄송합니다. -_-;;) 갑자기 선생님이 던진 한마디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봐?" 나는 당연히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든 것을 보고 놀라시면서 "지금 손든 사람들은 대학교 가면 무조건 남자 친구를 많이 사귄다. 절대로 한 명만 사귀지 말고 그야말로 남녀 구분 없이 친구로 많이 사귈 것! 알았지? "

나의 하는 일은 의도 하지 않아도 남자 사람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밖에 없었다. 개인 프로젝트도 많았지만 언제나 두세 개씩 하는 그룹 프로젝트는 당연히 남자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우리들은 그야말로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 매일 만나 주어진 과제들을 해야 했다. 나는 여전히 사차원이었기에 팀원들 모두 참 많이 난감해하기도 했고, 가끔 튀어 나오는 나의 당돌함에 나를 싫어하는 선배님들도 있었고, 또 그런 나를 챙겨 주는 선배님들도 있었다.

수많은 흑역사를 함께 하면서 다져진 우리들의 우정. 정말 다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매일 웃고 울고... 시간이 많이 많이 흘러 이제는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다들 아빠이고 엄마인 친구들... 내가 왔다는 이유로 멀리에서부터 다들 어려운 발걸음을해서 한자리에 모였었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제 만난 거 같은... 익숙함... 편안함...
나는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는 나름대로 확실한 룰이 있었고,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오랜 세월 우리들의 흑역사에는 친구들은 좋아한다 고백도 해보고 고백받은 친구는 거절도 하고, 상대 친구는 혼자 또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기도 하고.. 그렇게 또다시 친구로 웃고 울고... 물론 친구였다가 결혼을 한 친구들도 있고, 우린 그들의 결혼을 믿을 수 없다고 난리이기도 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흑역사 속 밝혀지는 진실....

" 앗! 모야!! 지금 J가 P양을 좋아했었다는 거야? J는 Q를 좋아했던 거 아니었어? 헐! 나만 몰랐던 거야?"
" 그렇지. Q랑은 우리도 친하지 않았으니까. 우리도 J가 이야기 하기 전까지는 몰랐어"
" 잠깐!!! 믿었던 P양까지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왜!! 나는 아무도 없었어?!"
" 야!!!! 이 씨~ 넌 못생겼잖아!!!!!! 넌 드래곤볼을 쌓아도 안 돼!!! 단계 높은 걸로 쌓아도 안 돼!!!"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또 못생겼다 구박을 받고 ㅎㅎ 친구들이랑 놀다 보니 미국 가기 싫다는 말에 모두 동시에 일제히
"가지마!!!!!!!!!!!!!!" 를 외쳐서 깜짝 놀라고... 미국 가지 말라고 노래도 불러주고, 들려줘서 또 감동하고.... ㅠㅠ

집밥이 먹고 싶다는 나에게 손수 담근 된장으로 된장찌게를 끓여 주고, 손수 담근 김장김치를 꺼내 밥을 차려줬던 한 친구는 우리 집에 오겠다고 전화를 한 뒤 나를 찾아 왔다. 김칫국물 새지 말라고 한 포기, 한 포기 꽁꽁 싼 김치. 조금밖에 남지 않았던 손수 담근 된장을 작은 통에 담아 마른김을 올리면 비린내가 날까 싶어서 구운 김을 올려 가져온 된장. 내가 누룽지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누룽지까지 만들어서 싸 온 친구...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켜도 되는 거냐고 ㅠㅠ




아....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아무 데서 뚝 자릅니다 ㅋㅋ
다른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그냥 친구가 직접 담근 된장을 보니 너무 놀라워서 친구들 이야기를 또 썼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자르고 무엇을 썼는지 제목하고는 하나도 안 어울리는 내용을 썼네요. ㅎㅎ

추운 날씨 따뜻하게 보내시고,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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