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ella to Los Arcos
(순례길에 포도주가 나오는 Bodegas Irache)
아침을 간단히 먹고, 새벽 일찍 미겔과 같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겔은 보통 늦게 출발을 하는데 이날은 나와 같이 일찍 출발하였다. 생장에서 만났던 부산 청년과 나는 미겔을 반항아라고 불렀었다.
심각한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반항아.
어찌나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지 살짝 무섭기도 하고, 꽤 심각하고, 어두웠던 그의 첫인상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새벽부터 미겔과 나란히 걷는 길에서 미겔은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의 이야기 속 세상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또 다른 일부분이었다.
아마 우리의 대화는 꿈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꿈 (우리가 밤에 잘 때꾸는 꿈) 그 친구에게서 잊을 수 없는 사실과 같은 꿈이 있고 어쩌고저쩌고~ 나도 아주 가끔 그런 꿈을 꾼 적 있다.
예를 들면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도대체 왜 그런 꿈들은 어떤 이유에서 꾸게 될까….
우리의 영은 거기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받는 걸까? 아…. 뭐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는 점점 그의 생활의 예를 가져와야 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의 생활과 상황들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전혀 망설임 없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했다.
왜 이 길을다시 오게 되었는지부터 전부다. 처음 본 나에게 어떻게 그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 그 친구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고,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에 있는 친구였다.
우린 어쩌면 각자 나름대로의 꽤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그렇게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고 본다.
너도…. 그리고 나도….
그러한 우리 삶에 또 꽤 많은 연인, 친구들 또는 가족들이 그 충격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가끔 드라마 혹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충격만큼이나 상처를 깊게 만들어 내는 우리들의 인간관계. 서로 사랑하는데도 우린 늘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여전히 그 상처로 아프다. 사랑하기에 더 아프다.
때로는 그런 사건 사고의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원인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 우리는 상대에게 계속하여 아픈 상처들을 남긴다.
이날 내 행동이, 내가 하는 말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날 저녁 미겔과 나, H 언니 셋이 돈을 모아 같이 저녁을 준비했다. 미겔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수 받은 Paella를 만들어 준다고 각종 재료와 도구 들을 챙겼다. 프라이팬이 엄청 큰 거 밖에 없어서 그 큰 프라이팬에 만든 Paella.
알베르게 사람 6명이 같이 앉아 먹고도 양이 남았다. 지금까지 먹어본 Paella 중 당연히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