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inaseca to Villafranca del Bierzo
Molinaseca 이른 아침..보통 많은 공립 알베르게는 6시에 모두 기상을 한다. 어떤 알베르게는 6시가 되면 기상 음악까지 틀어서 순례자들을 깨운다. 일찍 눈을 뜬 나는 한참을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다가 정확히 6시 30분 아래층 화장실을 쓰기 위해 내려왔다. 대충 씻고 아침을 챙겨 먹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들어가 불을 딱 켰는데...바로 그때 어떤 덩치 큰 아저씨 우당탕탕 계단을 마구 달려 내려 오시더니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듣기 심한 말을 마구 하신다. 나는 너무 놀라서 얼른 불을 끄고 다시 올라와 침낭 속으로 몸을 숨겼다. 너무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아 마구 뛰었다. 어서 빨리 여기를 나가야 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소리를 최대한 적게 내고 빨리 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7시 20분 침낭을 접지도 못한채 집어 들고 완전히 나갈 생각으로 가방까지 들고 다시 살금살금 내려온다.. 아.. 7시가 넘었는데 이곳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아까 그 고래 아저씨가 무서워서 불을 켜지도 못하겠다.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침낭을 접는다. 침낭을 접는 빠른 동작에 스스로 감탄을 하는 사이 갑자기 불이 켜지고 매우 큰 시커먼 뭔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당탕탕 달려 내려와 다시 소리를 친다.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괴물 같은 느낌이 나를 공포에 몰아 넣는다. 너무 놀라서 나는 정신이 나간 거 같았다. 얼굴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 더 무서웠던 것 같다.
내 심장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뛰고 진정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왠 날벼락이지… 이 시간이면 다른 알베르게는 벌써 다 일어나 아침 챙겨 먹고 나가는 시간인데... 지금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난 건가? 아저씨의 고함에 마침 동부 어머니가 따라 내려와 그 아저씨만큼 큰 목소리로 버럭! “야 네가 더 시끄러워! 여기 있는 사람들 결국 너 때문에 다 깼어! 그러니 그만해!!! “ 아저씨가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어머니는 아저씨보다 더 크게 “이제 그만해!!!” 매우 크게 말씀하시는 동부 어머니 목소리에 그 아저씨는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었다. 아…역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상황이었나 보다.
나는 하얗게 겁에 질린 채 넋이 나갔고, 동부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시고 한마디 하신다.
“내가 지켜줄게!!! 얘가 왜 이리 하얗게 질려있어! 정신 차려! 괜찮아 겁내지 말고 짐 챙길 거 빨리 다 잘 챙겨. 내가 여기 옆에 있을 테니까 안심해”
아… 그 말씀에 눈물이 나오려 한다.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짐을 챙겨서 동부 어머니와 함께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내가 너무 예뻐라 하는 몰리나쎄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 마음이 너무너무 슬펐다.
이렇게 해서 동부 어머니와 6시간 정도를 둘이 나란히 발맞추어 걸은 하루. 어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속에서 나는 아마도 오늘 동부 어머니와 함께 걷기 위해 아침에 그런 소란이 일어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난 사건이 감사하기도 했다. 아침의 사건이 아니었으면 동부 어머니와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갖을 수는 없었을 것이 아닌가… 예정대로 라면 동부 어머니는 몰리나세까에서 머무는 일정이 아니셨다.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사정으로 몰리나세까에 머무셨고, 같은 알베르게에서 나를 만난 것이다. 타이밍은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 인가보다.
나는 다시 또 그렇게 동부 어머니를 통하여 엄마, 어머니의 마음을 보았다. 그 속에는 시련에 맞서는 어머니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최선의 삶이 있으셨고, 외모에서 오는 상처의 아픔을 나름대로 멋지게 견디어 내시는 무던함도 있으셨다. 고단한 삶 속에도 누구보다도 사랑과 정이 많으신 한국의 어머니 이셨다. ‘엄마’,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아닐까... 6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어머니는 어머니 입장으로 나는 자식의 입장으로 오고가는 많은 대화 속에서 우린 서로 행복했다. 카카벨로스 알베르게에 거의 다 와서 어머니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 M 네가 곁에 있는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구나" 그 말을 듣고 순간 생장에서 안젤로가 한 말이 생각났다. ‘너의 행복함이 우리 모두를 밝게 한다고...좋은 거라고…’. “제가요? 에이 아니예요. 그건 어머니가 다 받아 주셔서 우리의 기쁨이 배가 된거같아요. 철없는 제 생각들을 다 받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 꼭 안아주고 헤어졌다. 동부 어머니와 헤어져 혼자 걸으면서 오늘은 한국에 있는 나의 엄마에게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가 나에게 일일이 다 하시지 못하는 많은 말씀들…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나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사랑한다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그동안 너무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엄마가 너무 그리워지는 발걸음이다.
(( 나는 그 뒤로 동부 어머니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S군에 의하면 무사히 산티아고까지 잘 가셨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더 많이 행복해 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희생은 그만 있고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하길…. 엄마에게 더 잘해 드려야겠다.
동부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잠깐 본 카카오벨로스 공립 알베르게는 완전 최신 시설이었고, 깨끗했으며 한방에 2명 또는 4명 밖에 안 들어가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공립이기에 값도 저렴하고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곳에서 동부어머니와 같이 묵은 S와 C 양은 그곳 알베르게가 제일 좋았다고 했다. ))
동부 어머니와 그렇게 카카벨로스에서 헤어져 나는 Villafanca 라는 예쁜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구경을 나갔다가 Y언니와 싸웠던 캐나다 아주머니들과 또 마주쳤고, 이번에 우린 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Y언니와 같이 있지 않은 이유를 물어서 언니는 감기로 잠시 다른 곳에서 쉬고 있다는 나의 말에, 내가 Y언니와 같이 있지 않아서 아프지 않고 길을 잘 걸을 수 있음이 다행이라고 말하는 그들. 두 아주머니의 오랜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이 너무 그리워졌다. 덩그러니 혼자 이 길에 온 내가 멋지다고 위로를 해주시는 두분과 이제는 웃으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음이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의쌤 추천으로 온 Villafanca 알베르게는 완전 좋다. 병원을 개조한 곳으로 아주 깨끗하고, 일층 침대만 있어서 무척 편하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엄청 높은 천장 그리고 그 천장 바로 아래 벽으로 높게 만들어진 창문, 그 창문을 통하여 한방 가득 들어 오는 햇빛이다. 아주 오래전 병원이었을 이곳에 있어야만 했을 환자들에게 한방 가득 들어오는 저 햇빛이 왠지 모를 따뜻한 행복과 희망을 주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멍하니 침대에 앉아 햇빛을 즐긴다. 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