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 _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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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cebadon to Molinas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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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널은 빨래는 마르지 않았다.. 양말과 바지 모두.. 수도사님께 난로를 껴 달라 부탁을 하고 K와 나란히 서서 양말을 들고 말린다. 곧이어서 다른 순례자들도 난로 옆으로 몰려든다. 젖은 바지는 그냥 입는다 해도 발에 물집이 생길 수 있기에 젖은 양말은 안된다.. 한참을 서서 양말을 말린 뒤, 젖은 바지를 입고 떠날 채비를 한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각.. 어둠 속을 천천히 걷는다.

서쪽엔 보라빛 하늘이 동쪽엔 빨간 하늘이... 아침마다 마주하는 이 아름다움은 매일 감격이다. 매일 봐도 새롭고 신비롭기만 하다. 올라가는 길에 K는 프랑스에서 온 K 나이 또래의 한국인 여학생을 만나 같이 먼저 가고, 나는 혼자 조용히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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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ruz de Ferro 철의 십자가 그리고 십자가 아래 파아란 하늘에 그려진 작은 초승달이 마치 그림 같다. 지난날 아침에 썼던 글도 읽고 가져간 돌을 내려놓았다.. 타원형 작은 황토색 돌.. 그리고 꽤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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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마음은 시끄럽다. 비우기 위해 흔들리듯이, 투명하게 닦기 위해 쓰라리듯이 마음이 요동을 친다. 그리고 나는 그 지나친 흔들림에 멀미가 나서 조용히 눈을 떴다. 발 아래로 내가 내려놓은 작은 돌이 보인다.

(( 나중에 K에게 들은 말로는, K가 프랑스에서 온 여학생과 헤어지고, 나와 같이 가려고 다시 철의 십자가로 돌아왔는데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 간절하고 심각해 보여서 아.. M 누나를 혼자 두어야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혼자 길을 내려갔다고 했다. 나중에 이 말을 듣고, 나를 혼자 놔두고 먼저 가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주었다. 아주 가끔 이런 속 깊은 배려를 해주는 K가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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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철의 십자가에서 시간을 보낸 뒤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꽤 오래 펼쳐졌다. 가파른 내리막 길을 살곰 살곰 조심조심 내려와 만난 작은 마을.. 얼른 들어가 에소프레소를 주문한다.
아.. 커피의 거품 아주 좋다... 맛도 까미노에서 지금까지 마신 에소프레소중 최고다. 그동안 커피의 거품에 집착하지 않았었는데.. 풍성한 브라운색 거품을 안고 내 앞에 온 커피에 마냥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커피 거품에 집착을 보이던 H 언니를 닮아 가는가 보다.

카페에서 아스트로가에서 만났던 LA어머니를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시는 LA어머니. 금방이라도 우실 것 같은 그 모습에 내 마음이 좋지가 않다. 나는 일단 걸음을 포기하지 않으신 것을 축하드렸다. 그리고 혼자 걸으시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시는 어머니께 나와 함께 걸어가자고 말씀을 드렸으나 어머니께서는 아니라고, 당신이 짐이 될 것이 너무 뻔한데, 젊은 사람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거절을 하셨다. 나는 내가 젊지도 않고, 어쩌면 오히려 내가 짐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함께 가자고 하였으나 LA 어머니는 내 어깨를 쓰다듬으시며 아스트로가에서 쵸콜릿도 나누어 주고, 이야기도 들어 주고 했던 것이 너무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괜찮을 거라고 하시고는 아드님의 바램대로 혼자 가시겠다고 하신다.
걸으시는 길이 너무 외롭지 않으시기를… 너무 힘들지 않으시기를 그리고 아드님의 소망대로 꼭 다 걸을 수 있으시기를 바라며 꼭 안아 드리고 LA어머니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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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쌤의 추천으로 오늘은 Molinaseca 까지 왔다. 아.. Molinaseca… 저 멀리에서부터 보고 너무 예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멀리에서 부터 반짝반짝 빛이 나는 마을이다. 너무너무 사랑 스런 마을 중 하나다. 생장에서 만났던 부산 청년이 Molinaseca에 가게 되면 꼭 가라고 알려준 레스토랑을 찾아가 오랫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wifi 쓰느라 오래 머무르면서 주인과 이야기 하는 중에, 마을 주민이 레스토랑으로 놀러 오시고, 난 또 같이 와인 마시며 그들과 이야기 하고, 사진도 찍으며 레스토랑의 히스토리를 듣는다. 이곳에서 만나는 스페인 사람들이 참 순박한듯하다. 물론 시골길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들 너무 친절하고 순박한 느낌. 소박한 레스토랑에서 아주 따뜻한 대접을 받고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에 동부 어머니가 계시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얼른 침낭속으로 들어온다. 잠을 자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예쁜 Molinaseca 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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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의견 주신 noah326@noah326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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