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 _ 19

Words
283
Reading
2 min
Listen
Play
9y

Carrión de los Condes to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그러니까... 오늘은 Calzadilla de la Cueza를 지나는데 17km 동안 마을도 없고 Bar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길만 있다는 말에 어찌나 걱정되던지... 물론 화장실 걱정..

IMG_2544.jpg

아침에 Y언니와 C양은 버스를 타고 갈지 걸어갈지 결정을 못 한 상태라서 나는 한의쌤, S군, K군과 함께 알베르게를 나왔다.

IMG_2554.jpg

오늘 이른 아침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앞에 펼쳐져 있고 난 그 그림 안으로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림 저 끝에는 연한 그레이 그린 색의 사랑스런 대가족 나무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었다. 원근법이 어찌나 잘 표현이 되어 있던지 감탄을 하며 걸었다. 매일 밤 내가 잠이 들면 누군가가 밤새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이른 아침이면 그 그림 속을 걸어가는 것 같다.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운 수묵화 풍경에 너무 빠져서 사진 찍는 것조차 잊은 길. 행복함이 가득한 여명의 길. 이렇게 벅찬 가슴을 안고 그림 속을 다 걷고 나면 어느새 태양은 점점 뜨거워진다.

정말 아무것도 없고 길만 쭉 뻗어 있었다. 잠시 쉬다 보니 C양과 Y언니가 지나간다. 버스 타는 걸 포기 하고 걷는 그들.

IMG_2548.jpg

더운 햇살 아래 알베르게에 도착했을 땐 이미 꽤 많은 순례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뒤처진 C양과 Y언니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알베르게는 이미 인원이 다 찬 상태였다.

IMG_2569.jpg

결국 C양과 Y언니는 다른 알베르게로 갔다. 이곳에서 미겔을 다시 만났는데 역시나 Terradillos의 모든 알베르게가 꽉 차서 미겔은 다음 마을로 4km를 더 걸어가야 했다. 조금 더 늦어지면 다음 마을도 자리가 없을지 몰라서 우린 많은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그는 서둘러 다음 마을로 향했다. 난 알베르게 옥상에서 한의쌤, S군, K군과 담소를 나누었다. 걷지를 않으니 K군의 짜증이나 화를 듣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고, 와인 한 잔씩 하는 중에 다른 알베르게에서 머무는 Y언니와 C양이 합석을 했다. 왠지 모를 싸~ 한 분위기가 잠시 머물다가 순간 사라지는 듯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속의 와인 한잔 그리고 어느새 밀려오는 피곤함… 침대 속으로 들어가야 함을 알리는 신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