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 _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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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ómista to Carrión de los Con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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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시끄러움 때문이었는지 오늘은 좀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알베르게에서 어차피 만날 것이고 또 걷다 보면 만나게 될 것을 알기에 각자 알아서 걷는다. 이날 난.. 공복 운동 좀 해 보겠다고… 공복에 걷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저장분이 많은데… 아마도 내 몸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언제 저장한 지방을 꺼내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건가... 그래 사실 공복 운동보다도 조금이라도 조용히 있고 싶어서 일행들이 쉬는 곳을 피한다고 한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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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간 카페가 달린 알베르게.
밖에서 텐트도 칠 수 있고.. 독특한 알베르게였다. 이곳에서 한참을 쉬었나 보다. 아침 먹고, 진한 에스프레소 마시고 마당 구경하고,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지나가던 Y언니가 와서 합석을 한다. 언니는 어제 일의 파급이 얼마나 큰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하다. 난 캐나다 순례자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마음이 무거운데…,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그들을 볼 수가 없어서 속상한데…,Y 언니는 너무 편해 보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기 마음을 아주 잘 숨기는 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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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고 다시 한발 한발 걷는다.
Santa Maria 성당 알베르게.. 이곳 알베르게는 정말 좋았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곳이다. 슈퍼에서 장을 보고 뒷 마당으로 나가 보니, 마당에 호두 나무가 보인다. 바람이 불자 후두두 떨어지는 호두.. 호두를 몇 개 집어 깨다 보니…미겔과 독일 순례자 셋이 하하 호호 즐겁게 아몬드를 깨 먹던 생각이 난다. 미겔은 브르고스에서 잠깐 본 이후로 만나지를 못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는데… H언니가 기다리고 있어서 서로 급한 이야기만 하고 헤어져야만 했다. 어디까지 왔을까? 그렇게 혼자 조용하고도 쓸쓸히 호두를 깨고 있는 사이 장을 보러 갔던 르단이와 Y언니가 돌아와 파스타를 만든다. 르단이와 Y언니가 무척 행복해 보인다. 파스타를 먹어 보라고 주는데 나는 배도 안 고프고 그냥 조금 맛만 보고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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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로 올라가 쉬고 싶었으나, Y언니의 부탁으로 발이 묶여 나는 계속 마당에 머물러야 했다. 바람이 계속 불고 나는 그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날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바람은 어디까지 갈까?

주의를 둘러 본다. 마법사가 있으면 바로 집어 들고 바람 속을 날아 올라갔을 법한 빗자루가 보인다. 난 마법사도 뭐도 아니라 바람 속을 타고 날아 오를 수는 없고, 빗자루를 들고 그저 지저분한 마당을 조용히 쓸기 시작한다. 수녀님들이 청소 하실 텐데 수녀님 일이라도 덜어 드리자 하는 마음으로 쓸어내는 뒷 마당이 점점 깨끗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기쁘다. 마당을 쓰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고 호두나무는 바람에게 인사라도 하듯 가지를 흔들며 계속, 계속 호두를 떨어뜨린다. 나 만큼이나 바람이 시원하고 좋은 모양이다. 계속 떨어지는 호두를 주워 알베르게에 있는 호두 담는 상자에 가져다 놓는 일을 반복한다.

마당쓸고 호두 줍고, 어제와는 너무 다른 평화로운 모습에 감사함이 스며드는 오후.

나를 찾아 걷는 길 _ 18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