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들은 희귀병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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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inesword@afinesword 님의 포스팅(https://staging.busy.org/@afinesword/7rmtm3)을 보던 중 저희 아이가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afinesword@afinesword 님의 아이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이 글은 심도있게 해당 포스팅을 보지 못한 불찰로서 작성된 글입니다. 아직 검사 결과가 안나온 줄로 알았습니다.

저희 저희 아들은 현재 7살입니다. 3년전 저희 아들은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맞고 집에 돌아온 이후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통상 예방주사로 인한 잠시의 열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해열제를 먹이며 열을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해열제를 맞고나면 괜찮아졌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열이 다시오르기를 몇차례 반복하자 결국 자주 가던 소아과에 갔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바 없이 해열제를 처방받고도 열이 내리지 않자 재차 방문하였고, 갸우뚱하던 의사선생님은 큰 병원으로 저희를 보내며 소견서를 써줍니다.
살짝 겁이 나기 시작하지만 열이 난지 3일째에 부천가톨릭병원에 갔습니다. 일단 피검사를 받고 입원을 하여 이틀을 더 있었습니다. 그간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궁금증만 증폭시키더니 이틀째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을 권하였습니다.
부천성모병원에서 보낸 소견서에는 '백혈병의심'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합니다. 이건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소견서를 와이프가 본 것인지 의사들의 대화를 들은 것인지는..
결국 저희 아들은 119구급차로 부천에서 서울 강남에 있는 서울성모병원까지 사이렌을 켜고 급하게 달렸습니다.

이때까지는 아이가 병이 확진된 것도 아니었는데 병동의 분위기를 보자마자 결국 눈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대부분 백혈병 환아들이 있는 무균실 병동이었던 겁니다. 백혈병과 그 관련한 혈액암 종류의 병명을 진단받는 환아들은 병동 시설 자체가 다릅니다. 일반병동과는 별도로 분리가 된 무균병동입니다.

오진이길 바라면서 눈물을 연신 흘리면서 또 다른 검사를 새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역시 골수검사였죠. 골수는 철추뼈안에 있는 골수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란 기구를 등에 꽂은채 힘껏 밀어넣어 뼈를 부수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제 말을 배워가기 시작한 아이는 뼈를 부수는 '우두둑' 소리가 나는 그 고통스런 검사를 참아가며 연신 간호사의 지시에 '네'라고 대답도 잘 하고, 그런 아이를 보며 대견스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그 긴 시간 동안 옆에 다른 보호자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대부분 백혈병 환아들의 부모님들로써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입원해 있었습니다. 병상이 부족하여 실제로는 집으로 갔다가 입원을 했다가를 반복해야 한다더군요. 한 보호자가 얘기했습니다.
"여기 온 이상 오진은 없다.","얼른 받아들여야 한다.","여기서 별것 아닌 병으로 진단나와서 바로 나간 사람은 몇 년간 딱 한명 보았다" 등등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실제로 듣는다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우리 아이와 이 병동을 좀처럼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여기 있을 이유는 없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결과는 백혈병이 아니었습니다. 병명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었습니다. 현재 국내에 이 병으로 인한 환자가 300여명 가량 되고, 치사율이 높아 5년 생존 비율이 55%입니다. 2명 중에 1명은 숨질 수 있는 병이죠. 이 병은 희귀병으로써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그에 따른 치료를 할수 없고, 역시 예방조차도 할수 없습니다. 결국 저희 아들은 살았으니 백혈병이 아닌 것을 감사했습니다만, 치사율을 따르자면 이 희귀병은 어쩌면 백혈병보다 위험할 수도 있는 병입니다.
가수 김민우씨의 아내가 얼마전 이 병으로 유명을 달리 하신 것으로 보도가 되었죠. 이 병은 골든타임을 1주일 가량으로 봅니다. 이후 지체될 경우 치사율이 급속도로 치솟기 시작합니다. 다행히도 아내가 일찍 병원에 데려간 바람에 진단을 빨리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성인들은 아이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은데, 이는 단순 몸살로 생각하고 일단 버티기 때문입니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이죠

원인에 따른 치료방도가 없어 일단 치료는 항암치료로 이뤄집니다. 아이는 항암치료를 6주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체중이 급속히 늘어나는 항암제의 부작용도 겪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년의 통원치료와 상담 후 완치판정은 받았습니다. 이후 문제는 재발의 여부입니다. 재발을 하게 되면 일단 골수이식이 이뤄질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패하는 확률도 상당합니다. 실패한다면 그냥 임종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아이는 다행히도 이 병의 케이스 중에 증상이 약하게 온 편입니다. 관련 카페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작게 왔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부분들은 증상이 커서 간부종을 동반하고 그 외 또 다른 증상들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결국 저희에게 감사하게도 이것저것 정보를 주던 보호자는 "여기서 별것 아닌 병으로 진단나와서 바로 나간 사람은 몇 년간 딱 한명 보았다" 에서 두 명으로 정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별것 아닌 병은 아니지만요. 그 분을 포함해 아직도 백혈병 환아들은 병동에서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보호자들 역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는 건강하게 잘 뛰어놀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병으로 진단 받고서도 말이죠.

저희 아들은 희귀병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