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 FINLAND] 잠시 빌려 즐기는 여유 - 카페 우르술라 Cafe Ursula, 카이보푸이스토 공원 Kaivopuisto
카페 우르술라는 은근한 배산임수의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눈앞의 파란 바다에 간혹 보이는 요트들과 컬러풀한 나이키 러닝 수트에 벨킨 암밴드, 이어폰과 선글라스를 끼고 해안선을 따라 조깅하는 건강한 사람들.
‘아, 4 시에 퇴근을 하는 나라 사람들은 이런 멋진 쉴 곳과 취미생활이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하고 그들의 여유를 잠시 빌려다 즐기기에 이보다 적당한 곳 이있을까싶다.
파란 하늘 아래 돗단배 같이 하얀 날개를 활짝 편 테라스에 앉아 시나몬롤 한 개와 카페라테 한 잔을 섭취하며 시간을 보낸후, 카페 뒤로 슬슬 걷다보면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에 들어서게 된다.
공원에는 당당히 몰려다니는 오리떼와 용감하게도 경사면의 바위에 누워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잔디밭에서 뒹구는 커플들과 여전히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잔잔한 밀도로 각기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곳에 문득 나타난 우리가 침입자 같아 조금 미안할 정도로.
만약 그 곳에서 어떤 음악을 들었다면, 나중에라도 그 음악을 듣는 내내 ‘아, 이건 카이보푸이스토에서 들었었지’ 하게 되었을 텐데, 뜻밖에도 아름다운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에 대한 추억의 짝꿍 자리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제목만 들 어도 “으응?” 하게 되는 영화가 차지했다.
공원을 산책하며 수세미양이 전날 본 그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인데, 공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고 여행과도 상관이 없었지만, 매우 강렬한 내용이어서 그 느낌과 공원의 풍경이 찰싹 붙어버렸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뭐 이런 느낌의 이야기는 없나? 하며 찾기도 하고. 수학도 이야기로 되어 있으면 좋아했을텐데 그런 방식으로 배우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근의 공식의 주인공인 2ab와, 루트 같은 것들로 로맨틱 코미디나 대하드라마를 만들어 놓았으면 지금까지도 완벽히 기억할 텐데 (아! 어쩌면 미스테리 법정물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근의 공식은).
그런데, 그것이 영화가 되었든, 책이 되었든, 드라마가 되었든
스토리를 직접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전해 듣게 되면 참 묘한 느낌을 받게되고 ‘아,이 것이 진정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그렇겠지 싶다.
이야기가 재미있든 없든 묵언수행하는 사람 마냥 말하는 사람 입만 멀뚱히 쳐다보며 듣게 되진 않는다.
“아 그래? 진짜? 그래서?
아니 잠깐만, 이랬다 고?
아깐 그랬다며?
아, 그거였군.
근데 걘 누구였지?”
등의 반응을 보이게 되고 답변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기도 고,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마침내 처음에 무슨 주제를 전달하려 했던 건지 까먹어버리고는 “에라 모르겠다, 그나저나 그건” 하는 식으로 맥락 없이 끝을 맺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제대로된 방향이 아니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뭐 또 달리가서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수세미양이 들려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그 시작은 공원에 불쑥 나타난 우리 만큼이나 딱히 맥락이 없었지만 전달되는 과정은 꽤나 정돈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원 중간 즈음에서 시작해서 공원을 벗어나 주택가에 들어서기까지의 길에 마츠코 이야기가 스며들 수 있었다. 덕분에 여행 중 빈번히 마주친 공원 중에서도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의 기억은 그 바삭바삭한 이름과 함께 무언가 끙, 하는 느낌으로 강렬하게 남게 되었다.
그 영화를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하면 그 중에 하나 정도로 말 하게 될 것 같다.
아 제가 본 건 아닌데요... 하면서 말을 꺼내면 좀 우스우려나.
Kaivopuisto 카이보푸이스토 공원
카페 우르술라에 들른 김에 산책해보기 좋은 공원.
공원을 통과하면 시내 중심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Add :: Ehrenströmintie, 00140 Helsinki, Finland
How to get there :: Kaivopuisto Brunnsparken역 하차 후 도보 10분
Cafe Ursula 카페 우르술라
카모메 식당의 네 여자가 일광욕을 즐기던 카페. 해안선에 접해 있어 바다를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취할 수 있지만 맛이 뛰어난 곳은 아니다. 그 특유의 분위기에 점수를 준다.
Add :: Ehrenströmintie 3, 00140 Helsinki, Finland
Tel :: 358 9 652817
Open :: 매일 9–20
Site :: www.ursula.fi
How to get there :: Kaivopuisto Brunnsparken역 하차 후 도보 10분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