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늘 여행과 함께였다.
떠나기 전부터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책을 들여다보곤 했다.
여행 전
책 읽는 시간이 예전보다 급격히 줄었지만, 여행을 앞두면 신기하게 항상 책을 찾곤 한다.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도 책이라는 사물에 대한 정보의 믿음이 훨씬 강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이북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진 책장을 넘기는 그 손 맛이야말로 진정한 재미라는 생각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고, 그 맛을 위해 서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책은 여행자를 여행길로 인도하는 주된 범인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정보 습득이 필요해 가이드북과 같은 책을 찾지만 때론 우연히 접한 책에서 호기심이 생겨 여행길에 오를때도 있다.
여행책을 보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서든 책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고 가지 않는다. 이유는 여행지에서 느껴야 할 부분까지 책에서 미리 접하게 되면, 막상 여행지에 도착 하였을 때 부푼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짐을 느껴서이다. 역사 및 문화적 배경은 많이 알수록 관광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니 예외적인 부분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간단히 책을 스케치한다는 기분으로 훑고 지나치며 나머진 여행지에서 직접 만끽한다.
여행 중
여행에 함께하는 책은 가이드북처럼 여행을 돕는 책이거나 혹은 여유로운 휴식과 함께 독서를 하기 위한 책으로 한정 짓는다.애매한 장르라면 오히려 짐이 되기에 책을 포기해버린다.
여행을 돕는 책은 여행지에서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어디를 가야할지 모를 때. 지도가 필요할 때처럼 부족한 정보를 채우기 위해 가벼운 책 중심으로 가급적 한권만 챙겨간다. 책을 펼칠 일이 없더라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 있기에, 가방 안에 들어있는 것만으로 마치 가이드가 함께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고나 할까.
독서를 위한 책은 동적(動的)인 여행에서 잠시 정적(靜的)으로 쉬어가는 다리역할을 해주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여행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대부분 휴양지나 공항에서, 혹은 기다림의 상황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 책을 꺼내곤 한다.
여행 후
여행에 있어서 책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아마 여행 후가 아닐까 싶다. 직접 몸과 마음으로 경험한 여행에서 부족함을 느꼈을 때, 여행 후에 책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같은 여행지를 다녀온 다른 여행자들의 경험을 책으로 읽으면서, 그 곳을 어떤 면에서 나와 다르게 바라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그 여행지를 방문하였을 때, 다른 여행자들의 관점에서 여행지를 바라보기도 했다.
여행 후의 책은
여행이 잊혀 질만 할 때,
또는
여행이 생각날 때 언제든지 그 순간의 여행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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