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직업이 되면] #7.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잖아요

munhwan(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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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첫 책을 준비했던 에피소드입니다.
책 집필에 관심있으신분에게 도움되길 바랍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좋아하게 된지는 어른이 되어서부터였다. 그것도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정도. 문학은 아무래도 공부라는 인식이 강해서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설은 그래도 나만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재밌게 그려볼 수 있고, 자기계발서는 게으른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당찬 느낌의 문장들을 써 내려간 성공한 저자들로 하여금 자극을 받기에 충분했다.

서울에서 취업한 후로 심심할 때면 줄곧 서점을 찾았다. 갈 때마다 책을 구입하는 건 아니지만 그저 이 코너, 저 코너를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기에 그냥 자주 갔던 것 같다. 주말의 토요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서 코너를 맴돌다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밟혔다. 사표 대신 책을 쓰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뭐, 사표 쓰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책을 쓰라는 건 아니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 졌고, 그 자리에서 깨끗한 걸로 한 권 골라서 구입했다. 내친김에 책 쓰기에 관한 다른 저자의 책도 한 권 더 골라왔다. 서점을 벗어나 곧장 집으로 가서 구입한 책들의 표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한 번쯤 자신의 이름이 찍힌 책을 집필하고픈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어릴 적 꿈처럼 교단에 올라섰다면 자신 있게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교수까진 아니라도 체육선생님이 되었어도 운동법에 관한 책을 집필할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가다가, 마치 저자가 나의 생각을 엿본 것처럼 책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예로 들어 일침을 내뱉었다.



“꿈을 이루어야만 책을 쓰는 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책을 쓸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에겐 살아온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들은 충분히 책이 될 만한 값어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책이란,
유명한 사람만 써야 하는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유명한 사람도 책을 쓰고자 애쓰는데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왜 책을 쓰지 않는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랬다.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들 가운데 내가 집필한 책이 있어서 안 된다는 법은 없었다. 그 수많은 책들은 모두 우리가 기억하는 유명인들이 집필한 것 또한 아니지 않은가. 책에선 난 큰 힘을 얻었다. 후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일단 써봐야겠다 라는 용기가 솟아올랐다.

당시 2년 가까이 캄보디아 여행상품 담당자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문득 여행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2년이란 시간은 약 104주. 그러니까 5,200시간을 사무실에서 매일 캄보디아 현지와 소통하고, 때론 현지에서 보내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캄보디아와 함께 일하고 있을 때였다. 여행상품 담당자로써 느낀 나만의 현실적인 여행정보와 관광객들이 캄보디아 여행을 하면서 만족하는 부분 및 불만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점을 활용해 솔직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나침반 역할이라면 독자로 하여금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평생 캄보디아 상품을 담당한다는 보장도 없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책을 쓰기 위한 도전의 최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 책을 한번 써보자.’



그렇게 무모하고도 용감한 대망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난 추진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단점이라면 그만큼 포기도 빠르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 날. 그날 저녁부터 당장 집필 기획에 들어갔다. 주위에 책을 쓴 지인은 있을 턱이 없고,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도 공유가 잘 되어있지 않았기에 구입했던 두 권의 책의 정보에 일단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처럼 그냥 무작정 따라 했다. 타깃이 될 독자를 그려놓고 어떤 주제로 접근할 것인지 글쓰기의 중심을 잡았고, 주제 속의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어 목차를 기획했다. 꾸준한 글쓰기를 강조하던 저자의 충고 또한 곧이곧대로 들었다. 목차의 콘텐츠마다 원고 작성 날짜를 다 기록해두고, 최대한 날짜가 밀리지 않도록 꾸준히 글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 단계는 수일이 걸렸다.

책을 쓰는 시간은 본업이 있다 보니 주로 퇴근 후, 그리고 주말을 집중적으로 할애했다. 평소에 다독을 한 것도 아니고, 블로그 정도의 글쓰기만 하다가 목적이 뚜렷하고 원고의 구성을 구상한 글을 쓸려니 예상은 했지만 이게 참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무엇보다 키보드 위에 손은 얹혀놓았는데, 첫 글자를 타이핑하기까지의 단계가 굉장히 힘이 들었다. 첫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1시간이 흐르고.. 머리를 쥐어짜며 끝내 하루 소화량을 채우면 금세 3~4시간은 그냥 흘러갔다. 스케줄대로 원고를 집필하면서 어느 정도 원고가 채워질수록 이게 제대로 된 글쓰기인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추진력이 좋은 만큼 포기가 빠른 나의 능력 때문인지 한 번은 한 달 동안 아예 손을 놓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시 추진력을 발휘해 예상 원고를 모두 소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 끝이 보인다!
제일 중요한 원고 투고만이 남은 것이다. 책도 보고, 어디서 정보를 주워서도 듣고 보니, 출판사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고. 출력해서 택배로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성의는 있어 보이지만 요즘은 출판사 이메일로 바로 투고하는 게 추세라나. 그럼 따라가야지.

노트와 펜을 챙겨 날을 잡아 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필한 원고와 성향이 비슷하거나 평소 관심 있었던 여행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리스트를 모조리 노트에 옮겨 적었다. 아마 대략 50여 군데쯤 되었던 것 같다. 아무리 책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굴지의 출판사부터 1인 출판사까지 다양했다. 취준생이 이력서를 써서 대기업에 넣고, 중소기업에도 넣듯이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약 2주의 원고 검토기간은 참으로 길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기대가 아예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한 두 곳에서 회신이 오길 시작했다.

“저희 출판사 출간 일정 등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김문환 님의 원고를 출간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저희가 출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출판사는 부적합한 사유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수많은 원고가 들어올 텐데, 출간할 수 없는지에 대해 친절히 알려줄 여유가 그들에겐 없는 것이다. 그나마 공손함을 더해 짧은 회신을 주는 걸 이해하고 결과를 수긍해야 했다. 이후에 도착하는 메일 회신도 공손의 거절로 메일함을 가득 채워나갔다.

“안녕하세요. 김문환 선생님”

그러다 조금은 다른 공손의 제목으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여행이 직업이 되면]


#1.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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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광 학도가 되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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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처음 한국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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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학생활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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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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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행사직원은 여행을 싸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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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잖아요


책 집필에 관심있으신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기회가 닿으면 스팀잇에서 여행책 집필에 관심있으신 분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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