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취업난 속에 다행히도
졸업 전에 일찍 취업에 성공했다.
여행과 관련된 직종에는 항공사, 호텔, 리조트, 컨벤션 등 많았지만 이 모든 것이 포함되어 여행상품을 이루는 여행사가 가장 끌렸다. 아무래도 여행사에서 일하다보면 여행도 자주갈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출근 전부터 마음이 붕 떴다.
“본사 상품 동남아사업부”
신입사원교육을 마치고 인사발령이 나는 날.
대부분의 신입들이 거주지 기준으로 발령이 나는 것과 달리, 서울 본사 발령을 받게 되었다. 금요일에 교육이 끝났는데 다음주 월요일 출근이라니! 더군다나 부산이 거주지였던 나는 480km 떨어진 서울에서 이틀 만에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이 삼촌댁에 한 달 가량 신세를 지게 되었다. 회사의 방침이니 여기서 일을 시작하려면 현재의 상황을 거부하는 건 불가피했다. 모든 걸 수긍하고 서울생활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첫 사회생활에 당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주거지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원하던 직군인 상품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대망의 첫 출근날.
동남아사업부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부서 분위기는 6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다른 부서와는 다르게 유난히 직원들이 많은 동남아사업부는 당시 약 70명 가량의 직원들로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컴퓨터의 열기와 열정의 열기가 뒤섞인 가운데,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하니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회사내에서 신입들을 격하게 반기며 잘 챙겨주는 장면은 정신없이 일하는 현실세계의 선배들의 모습에선 찾을 수 없었다. 격한 환영 대신 그저 익혀두면 좋을 법한 항공용어와 여행상품 관련 자료들을 몇 가지 챙겨주는 걸 하루 종일보고 읽고 복습했다.
이런 하루들이 며칠 이어지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질 찰나에 드디어 첫 업무가 주어졌다. 그것은 바로 일정표를 동봉하는 작업. 여행상품을 예약한 손님들이 공항에서 받게 되는 최종여행일정표를 출력하여 이티켓(E-Ticket)과 함께 동봉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출력한 후 꼼꼼히 확인하는 단순 업무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 문제 발생소지가 크기 때문에 집중력이 요구되는 업무였다. 평소에 스스로에게 꼼꼼하다고 칭찬하는 나에게는 제법 자신 있는 일이었다. 김꼼꼼에게 이정도 쯤이야!
출력된 일정표에 잉크가 번지지 않았는지, 잘못된 일정표가 아닌지, 이티켓의 이름이 예약자와 동일한지 등 몇 번을 다시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봉투에 동봉하여 공항으로 보냈다. 수습기간에는 주로 일정표출력과 업무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아르바이트도 처음 일하게 되면 청소를 먼저 배워 환경에 적응해 나가듯이, 사회 또한 실무에 돌입하기 전에 기초를 다듬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의 하나였다.
모든 일이 그렇고, 모든 신입사원들이 그러하듯, 첫 사회의 시작과 새로운 환경의 시작은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만든다. 그 속에서 새내기들은 고군분투하며 버티듯 하루하루를 이어나간다. 취업만하면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취업 직후에 깨달았다. 취업은 단지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일상에 녹아져버리는 삶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였다는 걸.
취업이 행복의 잣대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여행업을 배워 나의 능력을 회사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게 현 시점의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한동안 나약해졌지만 마음을 굳게 먹은 후엔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강한 마음이 몸을 감싸 안았다.
[여행이 직업이 되면]
#1.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https://steemit.com/venti/@munhwan/6fdtqr
#2. 관광 학도가 되기로 결심하다.
https://steemit.com/kr/@munhwan/36mmzq
#3. 처음 한국을 떠나
https://steemit.com/kr/@munhwan/3
#4. 대학생활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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