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많이 다니시겠어요~”
여행사에서 여행상품을 운영했던 업무 탓에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었던 소리다. 지금은 컨텐츠기획직무로 바뀌었지만 지인들은 여행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탓에 줄곧 여행에 대한 질의를 많이 하곤 한다.
상품기획업무를 담당했을 당시,
여행객의 일정을 함축적으로 정리한 여행일정표를 다듬는 일은 하루일과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손님에게 닿기 전, 최종적으로 나의 손을 거치곤 했다. 앞으로 펼쳐질 흥미로운 여행의 순간들을 오족조목 적어놓은 몇 장 되지 않는 가벼운 종이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확인하고 또 재확인한다. 지나칠 정도의 꼼꼼함. 업무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능력이다.
여행일정표를 만드는 건 그저 일에 그치지 않고 나의 여행에 유용하게 쓰이는 기록법이다. 몇 해 전, 동남아의 후덥지근한 열기가 사무치게 그리워 태국의 휴양지 푸켓으로 떠났다. 햇볕이 내려쬐는 빛나는 바다와 야자수 나무 아래에 부는 신선 바람, 마치 관광객이 아닌 이곳의 현지인 마냥 오색빛깔 과일들을 한입에 넣으면 그저 좋을 여행.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을 원하는 휴양지에서 일정 그것 뭐 필요하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실 간절히 일정이 필요했다.
하루 종일 멍하니 쉬는 게 아니라 쉬는 일정을 구상해야하므로 쉬운 게 아닐 거라는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휴양지의 일정표가 어디 틀이 따로 있던가? 정답이 없다. 개인의 쉬는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다. 신중히 고민 끝에 해양스포츠를 포기하고 해변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리조트 1곳과 시내까지 이동이 용이한 또 다른 리조트 1곳을 중심으로 일정을 만들어나갔다. 남들의 여행이 아닌 나만을 위한 일정인 셈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여행엔 일정이 동반하며 나의 몸에 딱 맞는 맞춤 일정표는 여행의 질을 높여준다. 여행 후 현지에서 경험한 최종일정을 다시 기록해본다. 이전 일정표와 분명히 다르다. 사전에 계획된 일정표를 바탕으로 각종 변수로 다듬어져 완벽한 여정으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이 그러하듯 일정표는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글이 아닌 문자나 그림이나 뭐든지 자신이 보기 편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손이 가는대로 기록하다보면 어느새 맞춤형 일정이 한 장에 담겨질 것이다.
어바웃여행 About travel
#1. 솔직 담백한 여행기
#2. 여행을 떠난다는 걸 처음 느끼는 순간
#3. 한 장에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