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당(不知堂)의 茶이야기 3.
모릿재에 들어온 난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집 안팎에 부서진 곳을 찾아 수리해야 했고, 청소도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버려진 집처럼되고 말았습니다. 취사와 난방을 위해 땔 나무도 구해 오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밤이면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살아야 했으니, 문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산 생활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매끼 식사와 설거지도 내 손으로 해결해야 했고, 그 커다란 마당의 풀 매기뿐만 아니라 집 주변 청소도 부지런히 해야 했습니다. 게을리 하면 이내 귀신이 나오는 집으로 변했으니까요. 그러자니 저녁만 되면 파김치가 되어 잠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이같은 육체노동이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는 잔상(殘像)으로 남아 있는 도시의 소음들이 날 더 괴롭혔습니다. 그것들은 마치 이명(耳鳴)처럼 귓가에 달라붙어 끊임없이 울려 대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것들을 떨처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했지요.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 즈음 어느 날,문득 그런 소리가 없어지고, 산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산의 정적(靜寂)이 무섭게 몰려 왔습니다. 그 적막함의 정체(正體)는 외로움 같은 것이었을 것입니다. 도시의 소음에서 도망쳐 나오자 세상 밖으로 밀려나 외톨이가 된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생겼던 것이지요. 해서 그런 잡념을 떨쳐 버리기 위해 더 부지런히 채전(菜田)도 돌보고 겨우살이를 위한 땔감 준비도 서둘렀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자나가고 있을 때 쯤 문득 묘한 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집 뒤쪽 갈대밭에서 그것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려왔고, 새삼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들려왔습니다. 그 다음엔 이름 모를 새와 풀벌레가 울어댔습니다. 귀를 쫑긋 세워 보자 이제는 더 많은 소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뜸부기가 한을 풀어내고 있었고, 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뱀이 덤불을 헤치며 지나가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소리들이 점점 커지면서 나중에는 시끄러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산은 결코 조용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살아가는 온갖 생명체들이 각자 자기의 소리를 내면서 오케스트라처럼 연주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산이었습니다.
그때서야 내가 산에 들어왔음을 알게되었고, 내가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였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신기하게도 산 생활이 즐거워졌습니다. 나무를 해오는 노동도 힘들지 않았고, 자연은 내게 생명을 유지시킬 보고(寶庫)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어둠을 촛불로 쫒아야 하는 밤의 불편함이 운치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쯤이었습니다.
“모리거사님, 살아 계십니까?”
누군가 밖에 나가보니 거창 친구 정 목사가 어떤 젊은이와 함께 서 있었습니다.
“아직은 살아 있다네. 하하 어쩐 일인가?”
“자네를 만나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 왔다네.”
“반갑습니더. 지는 읍내에서 전통 찻집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더.”
‘이경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40대의 젊은이는 작은 키에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산에서 아리랑 요가나 개발해 보려했던 나에게, 그의 등장으로 내 인생이 차(茶)의 길로 구부러 질 줄을 그때는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