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당(不知堂)의 茶이야기 1.
나의 차(茶) 이야기는 아무래도 1991년 어느 봄날에서 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제법 유명한 요가교실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나는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서 내 인생이 구부러지는 사건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지하철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역사(驛舍)안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초코랫 광고판 내용이 문득 눈에 들어 왔는데, 그것이 그만 사단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 광고는 어느 한적한 시골 역사에서 한 젊은이가 배낭을 매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문제의 발단은 그 사진 속의 풍경이 아니라 그 안에 있었던 광고 카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젊음이란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것’
어찐된 일인지 출근 때마다 보았던 그 광고와 카피 내용이 그날따라 내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입니다. 난 전차가 들어오는 것도 잊고 한동안 그 광고판 앞에 서있게 만들었고, 뿐만 아니라 전철 안에도 카피가 던지 글귀가 화두가 되어 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아다녔습니다.
“너는 과연 이곳을 떠날 수 있는가?”
“넌 과연 젊은이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후 바쁜 일과가 그것을 곧 잊어버리게 만들었지만,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아침마다 그 광고판이 내 눈에 들어왔고, 계속하여 나에게 같은 질문을 퍼부어 내 가슴 속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질문은 내 삶의 고정된 형식만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격은 경험이나 지식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물었고, 결국 자신만만하게 살아왔던 내 모습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난 광고 카피가 만들어 낸 질문 폭탄에 이렇게 굴복을 선언해야 했습니다.
‘그래,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고리타분한 늙은이로 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 년의 망서림 끝에 1992년 봄날, 아내에게 집을 떠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것은 상의하여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놀란 눈으로 묻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대로 늙어 갈 수 없어서 그렇다네.”
“......”
여자의 입장에서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갑자기 집을 떠나겠다는 40대 초반의 남편이 정상으로 보였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내 고집을 꺽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1년간의 방황(?)을 허락하면서 그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헤어지게 될 것임을 통보했습니다.
그녀의 조건을 접수하고, 난 그렇게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구축해 놓았던 가족관계를 뿌리체 흔들어야 했고, 모든 인적 관계들도 버려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유(自由)를 얻으려면 이처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란 어떤 것도 버릴 수 있을만큼 가치(價値)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기까지 많은 인생 공부가 필요했고, 결국 부지당(不知堂)의 茶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