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어떻게 유럽으로 전달되었을까요?
오늘은 어떤 바둑글을 적어볼까 고민하면서 소스를 찾다가 오랜만에 반가운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명지대바둑학과에서 조교생활을 조금했었는데 당시에 국제바둑학술제에 진행을 맡으면서 받은 논문집을 한권 받아둔것이 있었지요. (이제 하다하다 논문집까지..)
논문집에서 바둑의 국제화를 다룬 글을 보면서 느낀점과 여러분들이 최대한 쉽게 읽을수 있도록 나름 신경써서? 정리를 해보았답니다.
바둑은 4천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중국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기 600년경에는 한국과 일본에 바둑이 전파되고 성장하게 되지요.
그 외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티베트, 네팔 등까지 퍼져나가고 서쪽으로는 몽고 지역까지 전파되었으나, 인도, 러시아, 이란까지 전파가 되지만 더 넓은 지역까지는 전파가 되지 못합니다.
예를들면 티베트 같은 경우는 오래된 문헌인 기경이 중국의 극서 지역인 둔황에서 발견되었고 이 문헌은 6-7세기에 쓰인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서의 맨 끝에는 티베트 승려의 서명이 있는데 이것으로 추측하건대 바둑이 티베트에 알려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보다 좀 더 서쪽인 투르판 근처의 아스타나 지역에 7세기 무덤에서는 바둑에 관한 최초의 그림이 발견됩니다.
이렇듯 중국을 중심으로 인근 나라의 경우 바둑의 흔적이 발견되나 더먼 유럽에는 바둑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왜 바둑은 그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유럽 전역까지 전파가 되지 않았을까요?
중국은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도시와 오아시스를 예술, 종교, 새로운 사상과 지식뿐 아니라 비단, 금 , 상아 그리고 동물들까지 모든 것들이 이 길을 통해 이동하였고 군인과 순례자 상인들에 의해 운반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놀이문화도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되었지요.
체스는 중국으로부터 인도와 유럽게 전해지고 중국의 쌍륙(두 사람 또는 두 편이 15개씩의 말을 가지고 2개의 주사위를 굴려 사위대로 판 위에 말을 써서 먼저 나가면 이기는 놀이)
은 로마인들의 놀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놀이와 도미노(마작) 같은 중국의 발명들은 14세기 유럽으로 전해집니다.
이렇듯 다양한 놀이문화들이 전파되지만 왜? 바둑만은 전파되지 않을걸까요?
바둑은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문화적 배경을 한번 찾아볼 이유가 있습니다.
보드게임은 사람들 간의 접촉을 통해 전달되며 게임이 살아남고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인구가 이동함에 따라 이동한 사람은 그 지역 고유의 문화나, 놀이 등을 배우거나 경험하고 갑니다.
또한 여행자나 선교사 상인 또는 군인들은 해당 지역에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문화와 게임을 배울 수 있고 그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들의 고향으로 가지고 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시한번 돌아가서 바둑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동양의 게임은 왜 전파되지 않았을까요?
바둑은 당시 지식인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던 게임으로 바둑이 한국과 일본 같이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놀이 자체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두어지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권 밖으로는 퍼져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지식인들은 중국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학자이거나 고위 관료 왕족들이고 이들이 지역 내에 상류사회를 구성해 있었기에 실크로드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바둑이라는 놀이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고 그에 따라 바둑이 멀리 전파되지 못한 것이지요
또한 바둑은 중국 사대부들과 접촉한 외국인들이 배우기에는 어려운 놀이였습니다. 바둑을 전달함에 있어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큰 장애일 수밖에 없지요
또한 바둑은 서양인이 게임에서 기대하는 속도와 변화무쌍함, 그리고 도박적인 요소가 바둑에는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 점, 또한 중국어를 잘할 수 없으면 바둑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한 점이 있습니다.
바둑을 두는 사대부중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무지 헷갈리지요? 요약 및 조금 더 직설적으로 설명하자면
귀족이나 왕족만 두는 최고급 게임을 상인들과 교역이나 하는 외국사람들에게 알려줄 이유도 필요도 없으며, 그들의 언어를 익힐 필요도 없는 고귀하신 존재들이어서 접촉 자체가 어려웠단 것이지요.
(약간의 추측성 발언입니다 ^^;)
그렇다면 바둑은 어떻게 유럽으로 전파되기 시작했을까요?
바둑의 첫 시작 1875년부터 1900년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 중국과 일본은 서양 각국과의 교역을 위해 상당한 개방정책을 핍니다.
활발한 무역이나 교류를 통해서 일본을 기점으로 조금씩 바둑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중국문화학자인 허버트 자일스(herbert Giles)가 1877년 언급했던 바둑에 관한 설명은 처음으로 바둑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바둑을 배웠지만 그의 활동 자체는 바둑을 그의 가족들 이외에 사람들에게는 전파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포크너(Falkener)는 1892년 당시 최고 수준의 중국 기사의 대국 기보를 실은 게임 관련 서적을 출판하였지만 많이 팔려나가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이처럼 전파가 될 듯 말듯하면서 조금씩 바둑이 퍼져나가고 이때 독일의 오스카코쉴트가 나타나게 됩니다.
오스 카코 쉘트(Oskar Korschelt)는 1875년 일본에 가서 일하면서 제 18대 혼인보 슈호에게 바둑을 배웠고 그에게 6점을 놓고 둘 정도로 배웠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아마 유단자 정도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전 일본 역사 포스팅을 보시면 알겠지만 혼인보가 붙은 기사들은 당시 최고의 프로급 선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1880년과 1881년 독일에 한 잡지에 바둑에 관한 연재기사를 실으면서 바둑이 독일에 소개가 되고 1884년 바둑에 관한 책을 독일어로 출판하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바둑이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또한 독일의 슈리히(Schurig)는 입문자들을 위한 바둑책을 출판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럽 최초로 바둑클럽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개척자들은 글 이외에도 바둑 관련 논문이나 기사도 작성했으며 독일에서는 바둑 용구들을 만드는 공장이 생기기도 하였지요
이러한 활동들이 시작되며 바둑이 유럽에 진정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두어지기 시작하였다는 증거입니다.
1900년대부터는 유럽에서도 소수지만 열정을 가진 바둑팬들이 조금씩 생겨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아는 수준에서의 유럽에 바둑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일본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바둑을 전파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유럽에서 사용하는 바둑용어는 대부분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쇄국정책을 펴지 않고 열린 정책으로 있었고 바둑을 보급했다면 바둑 세계화의 주인은 한국이 되었겠지만..)
흠흠.. 어찌 되었건 현재 우리나라는 바둑 국제화를 위해서 바둑보급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고 현재는 선두에 달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부터 월요일까지 즐거운 휴일이 연달아있군요 스팀잇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