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겐 첫 사랑이 있습니다.
가슴 한 켠 구석에 밀어놓았던 그 아련했던 기억이 불쑥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첫 사랑의 기억은 언제나 달콤합니다. 그러나 첫 사랑은 첫 사랑으로 존재할 때라야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 '써니'에서 주인공은 소녀 시절 첫 사랑의 가슴앓이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첫 사랑의 대상이 자기와 친한 친구와 사귀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길로 그를 단념하고 잊기로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첫 사랑의 소재를 알게 되어 그를 찾아 갑니다. 그를 본 순간 저 이가 과연 젊은 날 내 가슴을 온통 차지했던 첫 사랑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사람이 변해 있었습니다.
온갖 기대로 설레이던 마음은 이내 실망으로 변하였고 주인공은 아무런 말도 없이 가지고 간 선물을 내려놓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곤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지웁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때때로 첫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다시 재회를 꿈꾸기도 하고 또 실제로 다시 만나 보기도 하지만 너무도 낯설게 변해 버린 모습에 실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첫 사랑은 첫 사랑으로 남겨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순수했던 그 시절의 감정이 지속됩니다.
남편이 위암 말기로 투병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 곁에서 지극 정성을 다해 간병을 합니다. 그러나 날로 병약해져 가는 남편을 보며 너무도 안타까워 밤마다 몰래 눈물을 짓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자책하며 괴로워 합니다.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두 사람은 압니다. 남편은 자신의 병이 회복되지 않을 것을 깨닫고 투병의지를 버렸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모든 것을 내려 놓았습니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 했습니다.
이런 남편의 모습을 보는 아내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남편 귀에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보... 당신... 첫 사랑 있지요?"
"왜 그런 걸 물어?"
"첫 사랑이 보고 싶지 않아요?"
"아니....."
"보고 싶다면 말해요.... 내가 어떻게 찾아서라도 당신과 만나게 해 줄게요.... 혹시, 당신이 첫 사랑을 만나면 삶의 활력을 얻을 줄 어떻게 알아요? 당신만 살아 준다면.... 나는 아무래도 괜찮아요.... 당신도 양보할 수 있어요..."
아내와 남편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 방울이 하얀 베개에 동그란 점을 찍어갑니다. 처음엔 점으로 시작하더니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번져 갑니다. 남편이 입을 열어 말합니다.
"여보... 나의 첫 사랑도 당신이고 마지막 사랑도 당신 뿐이요... 여보... 미안하고 사랑해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처음 사랑했고 또 누군가의 첫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