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참 즐거운 작업이다.
하지만 어느 약간의 전제 바탕으로 하는 상상은...... 꽤 어렵다.
퍼즐처럼 흩어진 조각들을 맞춰서 하나의 무엇이 된다면 기대하고 몰입해 볼 만 하지만
이 책은 그럴만한 단서도 없었다.
그래서 참 쉽게 읽어진 책, 하지만 참 어렵게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꽤 긴 날을 다시 펴서 보고 다시 펴서 보고 했던 책이다.
깊은 상상도 금물이다.
상상하다 보면 망상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해리스버딕과 14가지 미스터리였다.
나는 해리스버딕과 미스터리가 문제집이면 14가지 미스터리는 해설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이쿠야......zZZZZZZ"
더 난해하고 더 어렵다는 생각에 발제가 너무 어려워졌다.
쉽게 해보고자 나도 14점의 그림 중 한 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그곳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발견하고 작가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하지만 곧 포기하고 말았다.
글은 너무나 길어지고 부풀려지고 완전 엉터리가 되고야 말았다.
다시 14가지 미스터리 책으로 눈을 돌려 집중해서 읽다보니
265쪽의 『오스카와 알폰스』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몇 주간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몇 작품을 만난 덕에 그의 작품 한가지로 공부할 때는 꽤나 어려운 사람이네 생각했는데 낯선 작가들 틈에 이 작가의 글을 만나니 너무나 반갑다.
의외로 이야기도 쉽고 재미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에 의해 재해석된 오스카와 알폰스는 애벌레 이름이다.
이 두 녀석은 앨리스라는 여자 아이에게 발견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앨리스는 자연과의 교감 능력이 뛰어난 아이다.
그 아이에게는 세명의 오빠와 아빠가 있는데 아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 교수며, 오빠 셋 역시 수학과 물리학 학위를 받은 대단한 가족이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오빠 셋과 아빠는 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열심히 연구한다.
그것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파르카스의 추측’을 풀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파르카스의 추측에 그토록 집학하는 이유는 그 해법을 찾으면 물질세계의 근본에 대한 유례없는 통찰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파르카스의 추측을 환벽하게 이해하면 인간이 중력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은 물론 시간마저도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그들을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연구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었다.
앨리스는 전혀 수학적인 머리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 숲을 거닐었고 그러다가 애벌레 두 마리를 보았다.
그런데 그냥 애벌레가 아니었다.
앨리스의 손바닥 위에서 꼬물꼬물 몸을 움직여 글자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thank you.' ‘고맙긴.’
‘배고파’ ‘난 너희가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알아. 이제 곧 너희는 번데기가 될 거야. 그 뒤에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거!’
앨리스는 애벌레들을 데리고 와서 유리병에 두 녀석을 넣고 충분한 먹이를 주었다.
잎사귀를 갉작갉작 먹을 때마다 쑥쑥 자랐고
어느 날에는 앨리스의 아빠와 세 오빠가 풀지 못한 숙제들을 보았다.
‘알았어’ 라고 글자를 만들더니 ‘똑똑히 봐’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앨리스는 그저 그들의 움직임을 받아 적으면 됐다.
해답이 풀렸다.
“오, 앨리스! 앨리스! 왜 진작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니?”
“네가...... 네가...... 네가 해답을 알아냈다는 것 말이야. 네가 줄곧 우리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
“이건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이다.”
앨리스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칭찬을 계속 듣고 있자니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사실 그건 내가 생각해 낸 게 아니야. 문제를 푼 건 바로 이 녀석들이야. 나는 이 애들이 알려 준 걸 그대로 받아썼을 뿐이야.”
엉터리의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앨리스가 계속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도록 그들은 앨리스 말을 믿는 척 했다.
앨리스는 이튿 날 아침 오스카와 알폰스를 유리병에서 꺼냈다.
앨리스의 손바닥 위에 ‘잘있어’라는 글자를 만들며 그렇게 이별을 하였다.
소녀는 이제 오스카와 알폰스를
돌려보내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두 애벌레가 소녀의 손바닥 위에서
꼬물꼬물 몸을 움직여
‘잘 있어’라는 글자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