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서운 늑대라구!
베키블룸 글/ 파스칼 비에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책 제목에서만 보면 왠지 늑대가 저기 평화로이 책을 읽고 있는 소와 돼지 오리들을 한번에 다 잡아먹을 듯 합니다.
표지에 보이는 회색 늑대의 저 낼름거리는 혀와 위협적인 포즈.
역시나 우리가 생각하는 늑대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는 그런 스토리 구성일 듯 한대요..
일단 한번 들어가볼까요?
책을 펼치면 한 마을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두가 시무룩하고 집 안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여인의 표정에는 의심과 경계가 가득하고
생기발랄해야 할 아이들마저도 멍하고 시무룩하고 의욕없이 맨 바닥에 주저 앉아 있네요.
근심과 냉대 무관심 ,,, 뭐 일단 이런 단어가 막 팍팍 떠오르네요ㅠ
그런 사람들을 가로질러 늑대가 지나갑니다.
이 마을에 무슨 우환이라도 있는걸까요?
그런데 희안하게 늑대가 나타났는데도 도망가는 사람 하나 없네요.
존재감 없는 늑대,,킁
속상하네요ㅠ
책을 주문해서 받은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아들 녀석이 이렇게 멋지게 색칠을 ㅠㅠ
제발 좀 알아주라구!
난 무서운 늑대라구!
책 표지의 늑대와는 완전 달라보이는 이 지적인 늑대는 뭔가요?ㅋ
여행에 지친 늑대가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늑대는 배가 고프고 다리도 아팠습니다. 호주머니에는 돈도 조금밖에 없었지요.
늑대는 농장안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왠일..
왜지와 오리, 젖소가 책을 읽고 있네요.
"배가 고파 헛것이 보이나?"
늑대가 울타리 뒤에 숨어서 농장안을 몰래 훔쳐보네요.
정당치 못하고 예의 없는 늑대 같으니라구.
배가 너무 고팠던 늑대는 생각을 일단 미루고
으르렁거리며 농장안으로 돌격!
닭과 토끼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네요.
그러나 어때요?
오리와 돼지와 젖소는 끄덕도 않고 책을 읽고 있네요.
책을 읽지 않고 있던 동물들 -토끼와 닭-은 무서워서 막 사방으로 도망치는데
책을 읽고 있던 동물들은 여전히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네요.
책은 두려움도 이기게 해주는 신기한 마법의 힘이 있나봅니다.
"야, 너희들 뭐가 잘못된 거 아냐? 난 무시무시한 늑대라구!"
"알아. 그러니까 다른 데 가서 무섭게 굴어. 우리는 교양 있는 동물들이야. 책 읽는데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 줘."
왜지가 등을 떠밀며 말했어요.
늑대가 초라해 보이는 건 왜인가요?ㅋ
늑대는 얼떨결에 밀려나고 말았어요.
"교양 있는 동물이라구? 거참 별날 말이군. 나도 글을 배우겠어."
늑대는 당장에 학교로 달려갔어요.
늑대는 열심히 공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학년 일반에서 일등을 했어요.
알몸이었던 늑대가 안경을 썼네요.
"본때를 보여줄 테다."
신이 난 늑대는 농장 울타리를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뛰..어..라, 느윽대야! 뛰어라!
늑.대.가. 뛰.는.것.을 보..아라.
"너 한참 더 배워야겠어."
오리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어요. 그나마 돼지와 젖소는 들은 척도 않았어요.
또 굴욕을 겪고 마는군요.
그래도 공부를 좀 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문을 뛰어 넘었네요.
처음엔 몰래 숨어서 지켜보더니,,
그래도 여전히 무식한 건 어쩔 수 없군요ㅡ
늑대는 도서관으로 달려갔어요.
다시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지요.
오~ 이제는 조끼도 걸쳐 입었어요.
저와 제 아이는 이 장면을 보면서 '책 먹는 여우'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어요.
'도서관에 간 사자'도 왠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뒤에서 늑대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두려움과 공포보다는 저 늑대가 왜저러나?
그냥 좀 의아스러워 하는 느낌이죠?
늑대는 울타리 문을 점잖게 두들겼어요.
이런 모습이 농장 동물들에게 좋은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오.. 이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나 느낌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하게 되는 큰 마음을 갖게 된건가요?ㅋ
성큼성큼 들어선 늑대는 다짜고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옛날옛날에아기돼지세마리가살고있었습니다.하루는엄마돼지가아기돼지들을불러놓고말했습니다..."
"그만해." 오리가 잘라 말했어요.
"너 많이 좋아졌어. 하지만 아직 멀었어."
돼지가 쿡쿡 웃으며 말했어요.
늑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엔 문을 점잖게 두들겼대요.
점점 마음의 양식을 쌓아갈수록 행동도 많이 점잖아지는군요.
하지만 아직도 멀었대요ㅡㅡ 이런 ㅠ
늑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정말 조금밖에 남지 않은 돈을 세어 책방으로 갔어요. 멋진 이야기책을 한 권 샀어요. 늑대가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기만의 책이었어요.
늑대는 그 책을 밤낮으로 읽었어요. 한줄 한줄 정성껏 읽었어요.
이제 늑대는 너무 잘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정도면 농장의 동물들도 칭찬할게 틀림없어."
이번엔 서점까지 진출,
정말 마음이 원하지 않았다면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 돈을 기꺼이 책을 사기 위해 지불했겠어요?
처음엔 농장 친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점점 자기 만족과 보람을 알아가고 있는 듯 하여 너무 보기 좋네요.
'딩-동."
늑대는 울타리 앞에서 종을 울렸어요.
들어가서는 풀밭에 누워 쉽니다. 잠시 후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해요.
돼지와 오리, 젖소가 모여들어요. 모두들 아주 조용히 귀를 기울입니다.
늑대가 아주 재미있게 책을 읽었거든요.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동물들은 다음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졸랐어요.
그런데 요 부분!!
종소리 표현이 좀 거슬리네요.
땡땡땡이 더 나을 듯 한데,, 딩동은 왠지 종소리보다는 현관 벨소리 같아요.
어찌됐건 이젠 점잖게 벨을 울립니다.
잘난척 하고 무례했던 늑대가 겸손해지는 과정의 하이라이트 인듯 ㅋ
늑대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늑대는 해적도 램프의 요정도 빨간모자가 되기도 했어요.
"정말 재미있다!" 오리가 외쳤어요.
"최고의 이야기꾼이야." 돼지도 칭찬했어요.
"우리 소풍 갈 건데 같이 갈래?"
젖소가 물었어요.
늑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도망갔던 닭들과 토끼들도 모두 모였어요.
늑대는 농장의 동물들과 소풍을 갔어요. 풀밭에 누워 서로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지요.
"우리 모두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거야." 젖소가 흥에 겨워 소리쳤어요.
"그럼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겠다." 오리가 맞장구쳤어요.
"내일 당장 시작할 수도 있어." 왜지가 바짝 다가앉았어요.
늑대는 풀밭에 누워 길게 기지개를 켰습니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사귀다니 몹시 행복했어요.
늑대가 책을 통해서 진정한 친구들을 사귀게 된 것 같아 너무 보기 좋네요.
처음 봇짐 하나 메고 혼자였던 늑대가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앉아 멋진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네요.
토끼좀 보세요.
언제 도망갔냐는 듯이 책을 읽고 있네요.
오리는 늑대의 모자와 조끼를 입고 있네요,
친구가 되갈수록 이렇게 허물이 없어지나봅니다.
이제 마지막 그림을 한번 볼까요?
맨 처음 나왔던 배경과 같은 마을인데 너무 달라진 모습 보이시나요?
늑대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책을 읽어주고 그 옆으로 다른 아이들도 바짝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창문에 여인들도 귀를 기울여 늑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고
문 앞에 서서 나오지 않고 경계하던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와 늑대와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죠?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늑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꼬마소녀도 보이고 돼지는 쿵짝쿵짝 북을 두드리고 있어요.
면지의 마을 그림과 마지막 이 그림을 한번 비교해보세요.
정말 대단한 변화이지요?
이 변화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여러분도 눈치 채셨나요?
늑대가 변함으로써 마을이 변해가네요.
이 책은
"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주 쉽게 답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5살 7살 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면서 뭐 하나라도 더 머리에 넣어 줘야 겠다는 욕심을 부리던 저부터 일단 마음이 달라지더라구요.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저의 생각이 달라진 것 처럼 아이들도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멋지게 표현하자면 인간적인 성장발달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 읽기가 중요하겠지요.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 책을 읽는 이유이다.
저도 간혹 내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내 아이들도 저에게 엄마는 왜 책을 읽냐고 묻지요.
저는 책을 읽어야 하는 여러가지 이유들 중에서 무엇을 제일 우선으로 설명해줘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힐 데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딱 이 책 "난 무서운 늑대라구!" 인것 같네요.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제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늑대의 행동 변화들을 통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너무나 알기 쉽게 이야기 해 놓은 책,
정말 너무 값진 이야기 책 이었습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정말 책을 통해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미워하는 그런 치졸한 마음들까지도 정화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특히나 그림책에서 이런 묘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