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이 끝났다.
올해는 조용히 넘어 가나보다.
회사의 조합은 한노총 산하에 있다. 민노총이든 한노총이든 사실 일개 조합원으로서 소속은 중요치 않다. 개인의 성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원으로서 조합일에 참여가 쉽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본조와 지부에서 분리되어 있는 지점의 조합원은 더욱 그렇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과장급 이하만 노조원인 상황에서 지점에 조합원은 나뿐이다.
조합이 합법적인 투쟁을 함에있어 사측은 이를 제재할 명분과 법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법보다 가까운 주먹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는 듯 보인다. 법의 눈치도 주먹의 눈치도 보지 않아 다행이다. 잠정 합의안이 휴대폰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급여 10만원 인상 + 복지제도개선
다행이다.
임단협의 내용이 합당한지 안 한지는 내겐 그리 중요치 않다. 합의가 결렬되어 파업이라는 극악의 상황에 다다르지 않아 안도할 뿐이다.
노조와 회사가 작년 이맘때 즈음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파업이다. 단결과 투쟁구호가 회사안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사측의 간부들로 부터 매일 매일 면담요청이 들어왔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고
노측은 노동탄압을 외쳤다
출석부를 만들어 파업의 참여여부를 매일 아침 보고 했다. 노측과 사측으로 날선 두 집단의 싸움에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와 거래처 그리고 조합원들 이었다. 조합원으로서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조합원의권리이자의무다 하지만 지부와 동떨어진 지점, 게다가 혼자인 나로써는 법보다 무서운 것이 주먹이었다.
나는 투쟁에 참여 하지 못했다.
나는 투쟁에 참여 하지 안했다.
나의 선택이었고, 그 책임은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나는 변절자가 되었다.
파업이 끝났다.
노측이 승리했다. 합의안이 발표되고, 이어진 피의 숙청의 시간이 도래했다. 변절자로 분류된 나름 포함 20여명의 본조로 호출당했다.
변절자들은 본조를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서면으로 변명을 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숨막히는 청문회장 본조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들의 호통섞인 질의와 나의 변론. 변명. 아무말..
변절자 중 유일하게 본조의 호출에 응하고 대면한 것을 감안하여 나는 감사하게도 선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