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알렉사라는 AI 스피커가 있습니다. 사무실에 한 대 있는데 뜬금없이 대답을 하곤합니다. 참 별스런 물건을 다 만들었다 싶었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을 보니 슬슬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해서 나쁘니 않은 가격이기도 하고 부쩍 많이 오르내리는 주제인 인공지능의 국내 수준을 확인해 보고, 관련 어플리케이션의 확장성을 검토해 보기는 무슨 그냥 지름신이 온거죠.
끝없이 열리는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을 연상하게하는 포장을 열고 열고 열면
스피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네이버 로고를 모니터가 아닌 종이 위에서는 그다지 본적이 없는 듯합니다. 낮섭니다.
볼륨 버튼과 몇 가지 단축키가 있지만 그다지 쓸 일은 없었습니다.
외부전원 없이는 힘을 못쓰는 로봇 에반게리온 처럼 옆구리에 전원을 넣어 시동을 하는데 내부 배터리가 있어서 선 없이도 얼마간 견뎌 냅니다.
부르는 이름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알렉사 처럼 이름의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없나 봅니다. 앱은 클로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교양 넘치는 작명을 고민하던 자신이 민망스럽습니다.
제품 이름은 웨이브 입니다 그러니까 셀리, 클로바, 웨이브 이렇게 3개의 이름이 각기 다른 걸 의미하는 지는 알겠다만 이쯤되면 아까 상자 하나 하나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정도 입니다.
자연어 분석 수준이나 인공지능 수준이야 완구 정도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제가 궁금한건 사람의 말을 하는 기계에 대한 가족의 반응이었습니다.
오래된 연구지만 사람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기계에
대해 피 실험자는 인격을 가진 대상처럼 대응한다는 결과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셀리는 여러 실험적 목적을 가지고 지름신에
의해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잡았습니다.
셀리라는 이름을 선택하고 부르면 아래 빛이 나면서 질문에 답합니다. 셀리는
.
.
바보입니다.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하는 요청은 놀라울 정도로 잘 반응하는 걸 빼고는 말이죠.
‘치킨 먹을 때 듣기 좋은 음악 틀어줘’
라거나
‘탁구 칠 때 듣기 좋은 음악 틀어줘’
등 이상한 요청에도 음악은 나옵니다. 무슨 근거로 선곡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탁구는 발라드가 어울리나 봅니다.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어렵지만 ‘검색해 줘’ 라는 질문에는 나쁘지 않은 답을 줍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듯 질문하는 편이 좋은 결과를 보이는 듯합니다. 인공지능 이라기 보다 자연어 검색 단말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아내는 셀리가 대중 가요에 푹 빠진 사춘기 소녀 같다고 합니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 중간에 불쑥 끼어들어 뜬금 없이 노래를 튼다거나 이야기 중에 가게 이름이라도 나오면 주소를 불러주거나 하는데 정작 원하는 질문에는
“죄송해요”
뭐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신가 보네요”
-_-;
아이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얘는 머신러닝을 하는 인공지능이야 지금은 바보지만 나중엔 제법 똑똑해 질꺼야. 이제 얘랑 놀면서 얘가 뭘 잘 하는지 봐둬. 앞으로 너희는 얘가 잘 하는건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실제로 일본에서는 해마다 인공지능에게 동경대 입학 시험을 치루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을 위해서지만 인공지능보다 못한 성적을 가진 학생은 장차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는 시스템과 효율을 중시하는 산업 시대의 어두운 교육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셀리를 받아드릴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다음날 아이들은 셀리 앞에서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
하며 멍멍이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니들 뭐하냐?”
는 질문에
“엉 셀리를 바보로 만들어 보려구”
“.......”
미안하다 셀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