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정리할 때는 일단 몽땅 꺼내서 사용빈도에 따라 나누고 빈도가 작은 것부터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무슨 정리 기술을 정리한 책에서 읽었어요. 그렇게 물건을 모두 꺼내고는 어떻게 집에 유입되었는지 알 길이 없는 색 바랜 상자 안에 유리 주전자를 발견했습니다. 당연히 앞으로 영영 사용하지 않을 물건으로 분류되었죠.
지금도 인터넷에서 택배비도 안되는 가격의 비슷한 주전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건이 주는 즐거움은 뜻 없이 소유욕을 만족시키거나 그 쓰임새가 생활에 작거나 크거나 영향을 주거나, 있는 듯 없는 듯 사용하다가 어느 날 마지막 초가 단번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반짝여 사그라져 그간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일깨워 주거나,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 전혀 다른 용도로 전혀 쓸모 있게 된 경우입니다.
손잡이와 플라스틱 바닥을 고정하는 스크류를 하나 제거하면 깨끗한 유리 항아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AirPlay 장비가 있는데도 식탁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하면 그냥 커피가게의 테이크 아웃 컵에 넣고 듣곤 합니다. 보통은 저음이 증폭되고 음의 섬세함이 사라져버리지만 컵에 모양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서 즐겁거든요.
이 자그마한 유리 항아리가 스피커로 썩 어울립니다. 소리는 조금 뭉개지게 들리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곽티슈는 원래 화장할 때 사용하던 고급 화장지였는데 그냥 어디나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그 용도를 정의하게 된 거죠. 이렇게 물건의 다른 용도를 발견할 때면 참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