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삶에 대해 많은 담론이 오가고 있지만 저는 소유한 것이 내 삶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면 소유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소비하는 삶에서 소유한 물건은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을 반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가지게 되었지만 썩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 그냥 고치면 되지만 육체노동이 정신까지 황량하게 만들 정도도 많다면 선 듯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일단 손잡이를 모두 때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입니다.
그리고 젯소를 시작으로 순백의 세계로.
무한할 것 같은 하얀색 페인팅은 육체가 무너지기 전에
정신이 먼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몽롱한 상태로 칠하면서도 완성될 모습을 상상에서 놓치면 안 됩니다. '시간과 노동은 절대로 삶을 배반하지 않아'라고 되뇌면서요.
부분 부분 손이 더 갔으면 하는 곳이 보이지만 환해진 화장대에 기분도 밝아집니다. 아쉬운 곳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손보기로 합니다.
빨리 끝낼 생각은 없었지만 집 고치기가 요즘은 소홀해졌습니다. 일부러 조색한 페인트가 저만큼 남아 있는데도요.
항상 완성된 모습을 그리면서 일을 하지만 집 고치기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모습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금방 끝나지 않을꺼고 그동안 미완성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슬퍼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