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여름에 비오는 날은 짧은치마의 원피스를 입고 맨발에 샌들신고 물 튕기며 우산 쓰고 걸으며 콧노래 흥얼거리며 걷고 싶어집니다.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걷고 싶지만 차마 이 나이에 그렇지는 못하고 오늘도 우산 쓰고 원피스를 입고 맨발에 샌들신고 차를 집에 두고 버스 몇 정거장 거리의 사무실로 저벅거리며 걸어왔습니다.
우산 속에서 빗소리 들으면 모든 생각들을 잊고 그저 빗소리가 음악이 되어 마음을 잡아줍니다 .
수십 여 년 전 20대 때 친구들이랑 한여름 지리산 노고단 산행을 하다가 비를 만나 처음엔 비를 피해 보려고 했지만 굵은 빗줄기를 감당할 수 없어 친구들과 함께 그 비를 흠뻑 맞으며 비와 친구가 되어 비에 취해서 하염없이 걸으며 뱀사골에서 노고단까지 올랐던 추억은 여름비만 오면 생각이 납니다.
그 후로 그때처럼 비 피할 생각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그 비에 흠뻑 젖어들게 걸어 본적이 없습니다.
언젠가 한 번 더 지리산 산행을 꼭 가고자 했지만 아직도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무릎관절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노고단까지는 차 타고도 갈 수 있다고 한다는데 아쉬운 마음만 가득합니다.
비와 구름 속에 가려진 지리산은 지금생각해도 극락 세상에 들어서는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처럼 주륵주륵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더없이 그때 일이 생각나게 합니다.
요즘은 빗소리 듣는 것도 너무 좋아합니다.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편안해지는 이 마음은 그날의 추억 때문만은 아니라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의 업식의 발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빗소리에도 가슴 떨리는 전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