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어머님 제삿날입니다.
돌아가신지 20주기 기일이었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 오전 일찍 서둘러 큰댁으로 가서 제사 준비를 하러 갔는데 둘째 형님은 감기와 두통으로 편찮으시다고 못 오고 조카 내외는 장사를 하니까 바빠서 안 되고 큰형님은 산적거리 고기랑 과일 사러 장보러 가시고 아직 오시지도 않고 혼자서 어떡하나 ㅜㅜ
숨어있던 짜증이 슬슬 올라오려고 하는 걸 커피 한잔으로 다스리며 콩나물, 시금치, 부추를 다듬고 씻고 그나마 쉬운 두부전, 고구마전을 하고 있는데 큰형님께서 오십니다.
밥 먹고 싶지도 않은데 시누형님이랑 아주버님 점심 준비해야 된다고 하십니다.
막내며느리인 나도 이렇게 일하기 싫은데 큰형님은 어쩜 더 하기 싫을지도 모르겠다 싶으니 눈코 뜰 시간이 없습니다.
점심차려 드리고 설거지하고 부추전, 우엉전, 동그랑땡전 ,동태포전 하는 동안 큰형님은 산적이랑 고기 삶기 나물 볶고 탕국을 끊이십니다.
정신없이 하다 보니 제사음식은 준비가 다 되어갑니다.
집집마다 가풍이 다르지만 꼭 이렇게 음식을 잔뜩 해서 제사를 지내야하나 또한 이렇게 힘든 건 며느리들이 다 하는데 이 집안에서는 아들, 조카, 사위, 남자들만 제사 지내며 절을 하고 먹고 즐기는데 여자들은 일만합니다.
이런 풍습이 얼마나 더 갈까 싶습니다.
다음 세대에서는 분명 달라질 거라 믿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밤12시가 아닌 9시에 지내는 것이 다행입니다.
제사 지내고 식사하고 음복하는 동안 디저트로 과일까지 준비하며 제기 씻는 설거지 일거리는 많은데 가만 앉아서 위하는 척 식사하라고 말만하는 남자 분들이 미울 때도 있습니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이것저것 돕고 함께 하면 어때서 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힘이 드니 밥맛도 없어 조금 먹고 여전히 밀려오는 설거지를 하며 정리하는 동안 형님이 제사음식을 이것저것 싸주십니다.
어떻게 제사를 지냈는지 시어머니를 기억하며 추모할 생각도 없이 실컷 일만하고 왔으니 쉬지도 못하고 출근한 지금도 피곤하고 힘이 듭니다.
잠시 여유 있는 지금 이 시간 시어머님과의 7년간의 인연을 생각해보며 천상에서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