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영화가 보고싶어 아주 정적인 영화를 골라봤어요.
영화는 옴니버스식의 4가지 이야기인데 전개 특성상 모두 주인공이고 비중이 비슷해요. 러닝타임도 70분 정도로 부담이 없고 한 편의 잘 쓴 에세이를 읽은 느낌이었어요.
어느 까페. 꽃병이 놓여있고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 이 테이블에 하루동안 네개의 인연이 머물다 갑니다.
오전 11시
스타가 된 유진(정유미)과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이 에스프레소와 맥주를 시키고 마주합니다.
유진은 배우가 되기 전 향수같은, 그리운 추억같은 마음으로 전 남자친구를 만나러 온 듯 했는데 창석은 내 전 여친이 스타가 되었다는 생각에 선을 넘습니다.
둘만의 이야기보다 유진에게 있었던 스캔들이나 연예가의 찌라시를 궁금해하고 전 여친이 유진이라고 하면 믿어주지 않는다며 증거로 사진을 찍자는 창석. 팬들이 다가오자 매니저인척 유진을 보호하기도 하는데 유진은 씁쓸합니다.
연예인에 대한 흔한 오해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긴 한데 이 연인은 여기가 끝일 것 같아요. 더 이어질 필요가 없는 인연도 있는 법이지요.
오후 2시30분
하룻 밤을 같이 지낸 후 연락이 끊겼다 다시 만난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는 초콜릿케잌과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마주합니다.
이 둘의 대화는 시종일관 어색합니다. 경진은 계속 화가나있고 민호는 그런 경진을 달래보려합니다.
하룻밤 사랑 후 민호에게 아무 연락이없자 경진은 혼자 끙끙 앓았나봅니다.
민호는 말없이 배낭여행을 갔다 돌아와 경진을 만났고 오해를 풀어야하는 자리입니다.
시원하게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어렵사리 마음을 전달하고 둘은 민호의 집으로 스파게티를 먹으러 갑니다.
너무 현실적인 감정을 대화로 다 풀어내는게 참 와 닿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첫 번째 스토리와는 다르게 만남이 시작되며 기분 좋게 끝이 납니다.
오후 5시
가짜 모녀 사기극을 계획하는 은희(한예리)와 숙자(김혜옥)는 라떼 두 잔을 시키고 마주합니다.
숙자는 은희의 결혼식에 엄마 역할을 하기로 하고 말을 맞추는 자리입니다. 은희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관계라 갑과 을의 분위기와 다소 사무적인 자리로 시작되었지만 은희의 사정을 알고 숙자가 진심을 다하자 좀 더 따뜻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부잣집에 시집가려고 연기하는 인생을 살던 은희는 이제 보통사람을 만나려고 하고, 결혼식을 앞두고 딸을 잃은 숙자의 사연이 뭉클했습니다. 거짓 속에서 진심을 알아보고 솔직해지는 순간이 인간적이고 따뜻했습니다.
저녁9시
서로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와 곧 결혼하는 혜경(임수정)과 잡지 못하는 운철(연우진)은 커피와 홍차를 두고 마주합니다.
술을 한 두잔 하고 왔다는 혜경은 계속 운철을 떠 봅니다. 둘은 연인이었지만 결혼은 부잣집 남자랑 하는 선택을 해놓고 막상 사랑없는 결혼이 두려운가 봅니다. 내심 잡아달라는 말을 결혼 하고도 만나자고 하는데....
운철은 거절합니다. 그리고 이제 돌아섭니다.
참 씁쓸하지만 나쁘다고도 못하겠습니다. 단지 운철이 미련이 남지 않게 거절을 해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영화 속 각각의 에피들은 끝맺음이 뚜렸해서 개운합니다. 다양한 관계속의 감정들을 이입해서 생각 해 볼 수 있는 잔잔한영화네요.
보고나니 까페가 차를 마신다기보다 인간관계를 만들고 이어가고 끝내는 등등 사연이 참 많은 곳이네요. 여러분은 오늘 누구를 만나 무슨 차를 드셨나요. -
링크 : https://www.themoviedb.org/movie/420513
평점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