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두번의 이사하는 날

mimistar(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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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건설회사 소유의 아파트에 전세로 신혼집을 차렸다.
첫 독립이자 결혼생활 시작이었다.
입주하면 고쳐준다던 깨진 유리창은 나 몰라라 였고 고장 난 인터폰은 알아서 해라였다.

첫 신혼집을 이쁘게 꾸미고 싶었다.
내 돈으로 페인트와 젯소를 사서 신랑과 둘이 전체 몰딩과 문틀을 깔끔하게 칠했다.
아이보리색 문에 갈색 문틀을 아이보리로 칠하고 나니 힘든 것보다 이쁘고 뿌듯했다.
이쁜 벽 선반도 샀다.
벽에 못을 박고 선반을 걸고 장식품과 미니 화분을 올렸다.
못을 몇 개 더 박고 사진도 걸었다.
우리 사진이 있으니 우리 집 같고 내 손길이 스쳐 갈수록 정이 갔다.

곧 여름이다. 에어컨은 어디다 설치하지?
10년 넘은 아파트에 에어컨 설치 흔적이 없다....
이상해서 회사에 물어보니 에어컨 설치는 안 된단다.
집에 구멍을 내면 다시 원상복구나 돈을 물어야 한단다.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사냐, 어차피 다음 세입자도 에어컨을 쓸 건데 굳이 다시 막고 또 뚫을 필요가 있냐고 어필 했지만 그건 그 사람 사정이란다.

계약서에 '집을 훼손하면 원상 복구한다' 조항에 에어컨도 포함이구나.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고 이사까지 둘이 알아서 했는데 어른들께 물어봤어야 했나 싶고, 세입자의 설움도 느껴지고, 뭔가 잘못 계약한 건 없을까 겁도 났다.

이웃 분들께 집주인(건설회사)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
악덕도 이런 악덕이 없다고..
계약 끝나고 이사할 때 제때 돈 준 적이 없다고 한다.
벽지며 장판이며 흠이 보이면 전세금에서 알아서 빼는데 몇 날 며칠 싸울 각오는 해야 한단다.

고맙게도 이웃 분이 사진을 찍어 두라는 정보를 주셔서 집 곳곳을 사진으로 꼼꼼히 찍었다.
내 집이지만 남의 집이기에 하고 싶은 건 우리 집이 생기면 하자고 미루고 조심히 살았다.

계약이 끝나고 이사할 집을 구할 때는 집주인의 성품을 먼저 보았다. 나이도 비슷한데 철저하고 인상이 너무 좋아서 믿고 계약을 했다.

입주하고 나니 집주인은 자기가 처음 분양받은 집이라고 애착이 크다더니 우리한테 그 집을 사라고 수시로 전화를 했다...
아니라고 계약 끝나면 이사하겠다고 했더니 말투도 목소리도 변했고 나가는 날까지 말을 함부로 했다.

아이 크는 거 보고 살던 집이니 정이 가야 되는데 그 집을 떠나는 날 너무나 시원했다.

청소까지 다 해놓고 이사를 와서 새집에 앉자마자 전 주인은 전화했다.
타일이 금이 갔다는 둥, 가스 후드가 더럽다는 둥 고소를 하겠다고 해서 다시 이전 집으로 달려갔다.
한번 겪었던 터라 못질 한번 없이 아이 없는 집처럼 깨끗하게 살았건만 이 꼴을 또 겪을 줄이야

관리사무소에 문의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신랑도 화가 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는 사람 받지 그랬냐고 고소하라고 소리치고 나는 싸움을 말리며 끌고 나왔다.

그렇게 뒤도 안 보고 왔다.
정든 집으로 남았으면 좋으련만...추억 끝에 씁쓸함이 따라다닌다.

은행의 도움으로 이제는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집을 얻었다.
오래되고 좋은 곳은 아니어도 주인의 갑질보다는 이자를 많이 내는 쪽이 마음이 편한 거 같다.

이제 열심히 빚을 갚으면 되겠지?
다 그렇게 사는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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