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Spider-Man : Back in Black)]
1.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주위 사람 중 누군가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자.
어딘가에서 굴렀다든지, 누군가에게 맞았다든지.
좀 더 극단적으로 가서 교통사고, 혹은 재난에 휘말렸다고 치자.
그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덤덤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감정에 북받쳐서 펑펑 울까?
2.
스파이더 맨 : 백 인 블랙은 코믹스 '시빌 워' 이후를 다룬 작품이다.
그래서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된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하고는 다른 양상을 띤다.
그러니, 일단 배경 설명을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스파이더맨은 초인등록법안에 찬성해 아이언맨을 따른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강경한 아이언맨에게 염증을 느껴, 캡틴 아메리카가 지휘하는 초인등록법 반대파로 노선을 변경한다.
두 파간의 전쟁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온 스파이더맨의 앞에서 메이 숙모가 저격수의 총에 맞고 중상을 입는다.
이제, 스파이더맨은 가장 소중한 가족을 해친 자를 잡아 응징하기로 한다.
복수에 눈이 먼 스파이더맨에게서 영웅의 면모를 찾아 볼 수는 없다.
아니, 더 이상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지도 않는다. 이미 '스파이더맨'은 초인등록법 위반으로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되었으니까.
악당을 응징하는 건 영웅 '스파이더맨'이 아닌, 메이 숙모의 조카이자 메리 제인의 남편인 인간 '피터 파커'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스파이더맨은 영웅임을 포기하고 인간으로서 악당을 징벌하기로 결심한다.
자기가 버렸던 과거, 시커먼 블랙 코스튬을 입고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감정이란 이런 거다.
지위도, 명예도, 신념도 전부 버려서라도 그 슬픔을 밖으로 뿜어내고 싶어진다.
슬픔이 증오와 분노에 뒤섞이기도 한다.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조차도 오열하게 만드는 분노.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더욱 놀라운 점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도 캡틴 아메리카가 비슷한 갈등을 겪는다는 데에 있다.
영웅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버리고 브룩클린의 약골로 돌아가, 옛 친구와 함께 한 때는 같은 옛 전우였던 아이언맨과 맞서는 인간 '스티븐 로저스'
그 모습이 이 작품에서의 스파이더맨과 겹쳐 보였다.
3.
가끔가다가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만 잊으라고.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거냐고.
심지어 팻말까지 들고 떼로 나타나서 해코지를 한다.
그걸 잊고 말고는 당사자들에게 달린 일인데 그걸 왜 남이 왈가왈부하고 있을까.
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악당 '킹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하지만 노친네 하나 죽는다고 세상이 뭐 달라지나?"라며 스파이더맨을 조롱한 킹핀 말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한낱 한 명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세상의 전부였을 수도 있었다.
과연 우리의 마음 속에는 누가 자리잡고 있을까.
스파이더맨일까.
아니면 킹핀일까.
Written by 김누렁이 (9. April. 2017)
p.s : 이 독후감을 썼던 게 올해 4월이니,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아직 우리 사회에는 스파이더맨과도 같은 영웅심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킹핀과도 같았던 사람들은 죗값을 치르기 위해 수감되었습니다.
'정의'라는 말이 약자들의 발악같은 단어가 아니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p.s 2 : 독후감에서도 언급했듯이, 만화판 스파이더맨은 영화판 스파이더맨과는 다릅니다.
이번에 개봉된 영화는 이 책처럼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니, 부담갖지 말고 보러 가시면 됩니다.
저는... 다음주에 시험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