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7. 청개구리 두 마리가 비오는 날 울었던 이유

milinihil(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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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1.

우렛소리/ 희미하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면/ 그대 붙잡으련만

- 만엽집 권 제 11, 2513

아름답게 핀 벚꽃을 찾아다니느라 방방곡곡을 헤매던 계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하늘이 우중충해지더니 빗방울이 강렬하게 바닥을 뚫어내고 있다.

습도가 올라서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삐걱대던 관절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쿡쿡 쑤신다. 

이 비라는 놈이 햇볕 쨍쨍 내리며 모래알이 반짝거리는 날씨에 내리는 게 아니다보니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도, 이 회색빛으로 물든 세상에서 창가를 두드리는 저 빗방울 소리는 왠지 사람의 감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비도 낮게 날고, 주변소리마저 음악관처럼 웅웅거리며 퍼져나가는 이런 날씨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만난 두 사람이 청개구리마냥 울고 또 울었다.

2.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작품은 영화감독이 직접 쓴 소설이다.

들리는 말로는 영화감독으로는 돌아오는 수익이 적다보니 소설로 벌어먹고 산다나 뭐라나.

전작인 「초속 5센티미터」처럼 이 작품도 그리 대중적이지 못했다보니 수익구조가 그렇게 될 수밖에.

물론 이 다음작에서는......

근데 이 소설, 뭔가 좀 이상하다.

분명 영화에서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이야기만 그렸는데, 소설은 그게 아니다.

조연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실려있다. 영화에 안 나온 인물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심지어 악역처럼 나왔던 여학생의 뒷이야기까지 전부 서술하고 있다.

영화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아준 덕분에 작품을 더욱 깊이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좋게 말하면 읽을거리가 풍족한 건데, 나쁘게 말하면 독자의 시선이 두 주인공에게 집중되지 못하고 난반사처럼 흩어진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작가에게 클레임을 걸었는지 그 다음작에서는 주연 이야기와 조연들 이야기를 따로 떼어서 팔아먹었다.

두 번 다시 이딴 걸로 클레임을 걸면 그 다음은 영화도 따로 만들겠다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었을까.

3.

여름 수풀에 핀/ 하늘나리처럼/남모르는 사랑은/ 고통이어라

- 만엽집 권 제 8, 1500

두 주인공은 청개구리다.

비 오는 날만 되면 학교도, 직장도 땡땡이치고 밖에 나와서 둘이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 어디까지나 비유적 표현이다. 실제로 작중에서 시끄럽게 떠들지는 않는다)

결국 청개구리 두 마리는 자기 자신의 마음도 청개구리마냥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청개구리 이야기'에서도 결국 마지막 말만큼은 지키지 않는가.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고 나서야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두 청개구리는 

결국 퍼부어대는 비를 맞으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어버린다.

부제에는 '청개구리 두 마리'라고 적어놓기는 했지만, 사실 조연들마저도 옆에서 같이 우는 청개구리다.

현실에 부딪혀 꿈을 접는 남주인공의 형이라든지,

비밀스런 사랑을 들킬까봐 힘이 되어주지 못한 남교사라든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 변신을 마음먹는 여학생이라든지.

완전히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듯이,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고, 성장한다.

4. 

우렛소리/ 희미하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나는 여기 머무르오/ 그대 가지 마라 하시면

- 만엽집 권 제 11, 2514

다 읽은 책을 덮고나니, 머릿속에서 청개구리들이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귀가 따가워서 멍하니 있었는데, 듣고 있으려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동안 그 합창에 마음을 맡기고 조용히 있어보았다.

아.

좋다.

그렇게 계속 울고 울고 또 울다보면, 

언젠가 구름이 걷히고, 다시 햇빛이 우리를 비추겠지.

Written by 김누렁이 (3. July. 2017)

p.s : 만엽집 번역에 대해서는, "한국어역 만엽집"과 정발된 이 소설 간에 약간 번역의 차이가 있다.

독후감에서는 소설 쪽 번역을 채택했다.

p.s. 2 : 소설상에서 '테시가와라' 와 '사야'라는 인물이 중간에 나오는데

이 이름은 훗날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다시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