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1.
난 아웃사이더다.
무슨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코리안 탑클래스 힙합 모범 노블레스 같은 얘기가 아니라
소위 말하는 '아싸'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져 온 동창 외에는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다.
대학교 입학해서도 딱히 친구를 넓게 사귄 적도 없고, 이제와서 새 친구 찾기도 굉장히 힘들다.
혼자가 편하다.
혼밥티 열풍이 불기 전부터 나는 혼자 먹고 혼자 여행하기를 좋아했다.
2.
보고 싶은 동물들에게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고슴도치는 펜을 물고 뒷머리를 다시 긁적이고는 그 아래 이어 적었다.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이 '고슴도치의 소원'은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우화다.
누군가를 내 세상에 초대하고 싶다.
누군가가 나를 다른 세상에 초대했으면 좋겠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을 누군가가 같이 봐 주었으면 한다.
남이 보고 있는 세상을 내가 같이 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거리를 둔다.
아무나 와도 되지만, 굳이 올 필요는 없다.
내가 누군가를 상처입힐 것만 같아서.
누군가가 나를 상처입힐 것만 같아서.
그래서 혼자가 편하다.
상처받고 슬퍼하는 건 혼자로 충분하다.
그래서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는다.
아마 홀로 지내는 사람중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3.
오직 다람쥐의 편지만 달랐다.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그 아래엔 "조만간 또 만나자!"라고 쓰여 있었다. (중략) 조만간 또 만나자……. 고슴도치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가슴 속 한 켠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가 불쑥 손을 내미는 날을.
그 불쑥 내민 손을 잡게 되는 그 날을.
그리고, 웃으면서 그 말을 하게 될 날을.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조만간 또 만나자."
Written by 김누렁이 (28.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