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김누렁이 (8. March. 2017)
1.
내게 있어 아기돼지 삼형제라는 동화는 아주 각별하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독서왕인가 뭔가 해서 독후감을 많이 쓰면 상장을 줬는데
30장이 동상, 60장이 은상, 90장이 금상이었다.
그래서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경쟁이 붙어서 자녀들에게 독후감을 강요했는데,
나는 꼼수처럼 일기에 독후감을 써서 그걸로 카운트를 셌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일기를 확인해 본 어머니께서
아기돼지 삼형제로만 한 달에 5~6번을 채운 걸 발견하신 거다.
사실 나는 그걸 '들켰다'라고 생각했기 보다는
'내가 왜 아기돼지 삼형제로만 독후감을 썼지?'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다.
내가 독후감을 쓰고도 내가 잊어버린 것이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 거다. 내 기억력이 붕어대가리 수준이 된 게.
2.
지금 다시 이 동화를 돌이켜보면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
대체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가 잘못한 게 뭘까.
사람이 벽돌집에서만 살 것도 아니고 초가집, 나무집 짓고 살 수도 있는 거지.
뭐 출판사에 따라서는 '집 짓는 게 귀찮았기 때문에'라는 걸로 우야무야 넘기지만
솔직히 초가집도 그렇고 나무집도 되게 짓기 힘든데 그건 싸그리 무시당했다.
이 둘이 지은 죄라고는 그저 재수없게 기물파손이나 저지르는 늑대 한 마리의 눈에 띈 것밖에 없다.
그런데도 항상 동화책의 끝에는
'우리 모두 막내돼지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해요'라는 교훈과 함께 늑대와 같이 도매금으로 까였다.
대체 왜?
이건 마치 '성추행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해요' 같은 소리나 다름없지 않은가.
돼지가 문제였냐? 아니잖아. 늑대가 나쁜 놈이었던 거지.
3.
그렇다면 이 동화의 정확한 교훈은 뭘까.
'되도 않는 주거침입이나 저지르면 불 맛을 본다'가 제대로 된 교훈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