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
일본 문학계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신데렐라 콤플렉스니 어쩝니 하면서 문학, 드라마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들이 자립의지를 포기하고 상류층에 대한 환상을 품는 데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어느새 현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이세계 콤플렉스, 하렘 콤플렉스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금은 만장일치로 탄핵이 되신 어느 분 가라사대 젊은이들을 모조리 중동으로 보내버리겠다 라고 하셨는데
적어도 그 분께선 우리 젊은이들을 현실에 있는 국가로 보내려고 했다.
근데 저 물건너 나라는 파릇파릇한 고등학생들을 이세계(異世界)니 뭐니 하면서
모조리 3차원에서 한 차원 낮은 세계로 보내버리고 있다.
아니 인구조절은 현실 차원에서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모조리 다른 차원에다 맡겨버리면 어떡하나.
조만간 다른 차원들에서 '일본인 이민 안 받아요'라고 통보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2.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나는 「구운몽」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흔히 「구운몽」을 두고 하는 농담 중에 '최초의 한국형 라이트 노벨'이 있다.
그만큼 현재 출판계에 범람하고 있는 라이트 노벨들과 놀라울 정도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양소유라는 인물로 환생을 한 성진이 나라도 구해보고 아름다운 아가씨 여덟 명과 알콩달콩 사랑도 나눈다.
정말 시대를 앞서간 라이트 노벨 아닌가.
그런데 흔히 사람들이 「구운몽」에 대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어차피 현실의 쾌락따위는 아XX꿈으로 끝나니 불도나 닦자는 내용으로 끝나는 소설 아니냐'라는 것이다.
그건 이 소설을 자세히 읽지 않아서 벌어지는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어느 작품을 대충 보거나 아예 안 보면 이런 참사가 쉽게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나는 독후감을 쓰고자 마음을 먹으면 일단 최선을 다해 정독하는 편이다)
최후반부에서 육관대사가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전략) 인간 세상에서 윤회하는 꿈을 꾸었다 하니 이것은 인간 세상의 꿈이 다르다 함이라.(중략) 장주(莊周;장자)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주가 되니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짜이지 분변하지 못했다.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뇨?"
유교의 세상에서 최상의 위치에 도달한 양소유, 그리고 불교의 세상에서 최상의 위치에 도달한 성진.
과연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인물이냐는 소리다.
3.
지금 환상 소설 시장은 지나칠 정도로 무게감이 없다.
허구한 날 하는 거라곤 이세계로 날아가기, 어설픈 세상 구하기, 그리고 여성 캐릭터 위주의 마케팅 뿐이다.
쉽게 말해 설탕같은 글이다. 물에 풀어버리면 녹아서 사라져버리는 설탕.
뭐 설탕물도 충분히 달콤하긴 하지만, 개중에는 사탕같은 글을 갈망하는 사람도 있다.
설탕을 녹여 정교하게 정제해 내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단단한 사탕같은 글.
모험과 즐거움이 넘치는 환상 소설에서 뼈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
과연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환상 소설들 중에서 이런 작품이 몇 개나 있을까 싶다.
Written by 김누렁이 (15.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