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끼호떼]
1.
'중2병' 이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는 일본에서 건너 온 단어로, 중학교 2학년 때 할 법한 행동(어린 나이에 쓴 커피 먹기, 알아듣지도 못하는 서양 음악 듣기 등)을 종류별로 모아서 추억거리로 쓰던 게 시초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로 수입되면서 뭔가 극단적인 이미지가이 되었다.
일명 '크크 선이 보인다' 라든지, '이상을 안고 폭발해라' 라든지, 뭔가 미사여구를 한껏 품은 문장들을 중2병이라고 부르면서 조롱하게 되었다.
'허세'와 '중2병'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
이게 좀 더 심화되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허세, 중2병이라고 매도한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13인의아해가도로를질주하오' 도 허세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
2.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돈 키호테의 이미지는 명확하다. 기사도 소설을 읽다가 머리가 돌아서 창을 꼬나들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기인. 아마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니까 다들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자는 시대를 앞서간 '오타쿠', 즉 '덕후'다.
기사도 소설을 잔뜩 모으고, 갑옷으로 무장해서 기사 흉내를 낸다.
덕분에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 하고 기행을 저지르기 일쑤다. 현실로 치면 팔을 막 휘저으면서 "으악! 흑염룡이 날뛴다!"라고 외치는 꼴이다.
이런 돈 키호테를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기사도 소설을 읽고 정신이 나가버린 노인네 정도로 인식한다.
2부 결말도 최종적으로는 침대에 누워서 이불킥하는 걸로 마무리되니까 더더욱 그 점이 부각된다.
돈 키호테는 그런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이미 당대의 지식인층인 신부와 친분이 두터운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행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돈 키호테의 신념과 이상은 명백하다.
약자들을 지키고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토록 훌륭하고 정의로운 마음씨를 가진 편력기사가 어째서 미치광이 취급을 당할까.
2부 마무리 장면인, 침대에서 지난 날을 후회하는 장면을 이에 대입해 보면 이상을 꿈꾸던 돈 키호테가 현실에 무릎꿇고 생명이 다 하는 모습으로 비춰 볼 수도 있다.
미친 건 돈 키호테였을까. 아니면 세상이었을까.
3.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돈 키호테들이 세상을 질주하고 있다.
자신의 이상을 품고. 자신의 신념을 품고서.
물론 그 와중에 길을 잘못들어 풍차에 들이받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긴 한다만 누가 그들을 탓할 쏘냐.
나는 오늘도 그 돈키호테들이 지나 온 발자취를
책으로, 그림으로, 영화로, 만화로, 드라마로, 음악으로.
계속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한 명의 편력기사로서 세상을 향해 달려간다.
Written by 김누렁이 (13. April,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