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이름은。Another Side : Earthbound ]
[(Your Name。Another Side : Earthbound)]
0.
독후감 쓰기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한 가지 독특한 질문을 받았다.
“라이트 노벨로도 독후감을 쓸 수 있을까요?”
못 쓸 이유가 어디 있겠나. 『코스모스』를 읽었든, 아니면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를 읽었든 간에 작품을 읽었으면 충분히 자신이 느낀 바를 독후감으로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써 보도록 하자.
1.
<변태!!>
변태 아니거든! (중략)
<내 몸을 마음대로 쓰고 있으니 변태 맞잖아?!>
(중략) 몸을 마음대로 쓰다니 무슨 뜻이야.
─ 『너의 이름은。Another Side : Earthbound』 p.23 中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너의 이름은。Another Side : Earthbound』는 저번에 독후감을 썼던 작품 『너의 이름은。』에서 미처 다 쓰지 못했던 조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화는 남주인공 타키의 이야기이므로 주연 1명 + 조연 3명의 이야기다)
좋게 말하면 한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독자들이 작품에 더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고, 나쁘게 말하면 영화 및 소설에서 설명해야 했을 조연들의 뒷사정을 정가 7,000원에 따로 팔아먹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나마 영화가 흥했기 때문에 이런 게 나와서 사이좋게 잘 팔리는 거지, 만약에 『리얼』이 이런 걸 내놨다고 생각해 보자. 팔리기는커녕 관심이라도 받았을까?
나중 가면 영화에서도 똑같은 짓을 저지를 지도 모른다. 주연의 이야기 5,000원, 조연 1의 이야기 2,000원, 조연 2의 이야기 2,500원, 엔딩을 보고 싶으면 7,900원……
2.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관을 확장시킨답시고 나온 외전의 주제가 원작의 주제와 충돌해버린다는 데에 있다.
……(중략) 후타바는 대도시의 전문 병원으로 이송되기를 완고하게 거부했다. 이유는 모른다. (중략) 마치 살아남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될 거야.”
지금 죽음도 마찬가지라는 건가?
─ 『너의 이름은。Another Side : Earthbound』 p.215 中
원작 『너의 이름은。』의 과거를 다루는 4부 「당신이 엮은 것」에 나오는 대목이다. 미츠하의 어머니였던 후타바는 자신의 병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병에 걸려 죽는 게 내 팔자려니’라는 자세로 일관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럼 이제 원작을 보자.
“네 마음대로는 안 될 거야.”
나는 싸움을 걸었다. 괜찮아. 아직 시간은 있어─ 누군가에게서 들은 그 말을 나는 입속에서 되뇐다.
─ 『너의 이름은。』 p.247 中
그러므로 꼭 반드시 또 만날 거야.
그러니 살 거야.
나는 살아남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별이 떨어지더라도, 나는 살 거야.
─ 『너의 이름은。』 p.256 中
이상하지 않은가. 원작에서 그렇게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발버둥치는’ 이야기를 그려놓고서는, 외전에서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되는, 운명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그리다니. 원작과 외전간의 괴리가 심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놈의 운명 타령 때문에 토시키가 가족들과 반목을 일으키고 집을 나가 정치인이 되었으며, 신사를 이어받아야 할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미츠하는 어린 나이에 신사를 물려받기 위한 온갖 수업과 책무에 시달리며 어두운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두 자녀의 어머니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든 두 작품의 주제가 모순되지 않도록 이어보자면, ‘운명 중에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운명' 또한 존재한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라는 건지, 원.
3.
그래도 원작 『너의 이름은。』의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상생활이라든지, 영화 러닝타임 때문에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뒷사정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원작에서 왜 미츠하의 친구 텟시가 (미츠하의 몸속에 들어온)타키의 계획을 군소리 없이 따르게 되었는지, 미츠하의 아버지 토시키가 어째서 가족들과 반목을 일으켰고 또 마지막에 딸의 부탁을 들어주어 마을사람들을 대피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원작을 좀 더 심도 있게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고 후회하지는 않는 작품이다. 뒤집어 말하면, 원작을 안 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조금 어려운 작품이다.
p.s : 최근에 원작 영화가 더빙판으로 개봉을 했다. 이미 원작 영화를 6번 연속 관람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냥 며칠 기다렸다가 19일 날 개봉하는 아이맥스 자막판으로 보기를 권한다.
두고보자, 지창욱.